수달 가족의 해풍소
오늘은 아들의 검정고시 합격 발표일이다.
3개를 틀렸는지, 5개를 틀렸는지 확인하는 날.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떨린다. 외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서, 영어는 단 한 문제도 놓치지 말아야 안전하다고들 한다. 아들도 “아마 하나 틀린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 한 문제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알기에 자꾸만 마음이 조여 온다.
최근 아들의 꿈이 조금 바뀌었다. 외고, 외대를 거쳐 임용고시를 봐서 중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너무 훌륭했던 분이었는데, 그분이 아들의 마음에 교사의 씨앗을 심어주신 게 아닐까 싶다. 아이가 그런 꿈을 품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참 고맙다.
그런데 요즘 고등학교 진학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9월이 되면 입학설명회에 가야 하고, 입학 가이드북만 세 권을 읽어야 한다. 면접 준비에 학습계획서 작성까지. 입학 자체는 안정권이라고 하지만, ‘무조건 기숙사 생활’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을 때까지 공부만 하고 주말에만 집에 오는 삶. 마치 살아있는 지옥 같은데, 아이들은 왜 그렇게들 가고 싶어 하는 걸까.
가끔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간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세상이 하루아침에도 휙휙 바뀌니, 아들이 결국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나도 짐작하기 어렵다. 진짜 교사가 될지, 아니면 역사학자가 될지.
분명한 건, 지금 아이들의 삶이 우리 세대보다 훨씬 벅차 보인다는 것이다. 뒤에서 무언가에 쫓기는 듯, 모두가 긴박한 경주마처럼 앞다투어 달려간다. 부모로서 바라보는 그 모습이 안타깝다. 아직은 놀고, 먹고, 푹 자야 할 나이인데, 현실은 그럴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합격 발표일을 기다리는 오늘, 나는 아들의 점수보다도 우리아이의 꿈이 더 걱정된다. 시험 결과는 숫자일 뿐이지만, 그 숫자가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믿게 만드는 사회.
결국 내가 바라는 건 단순하다. 우리 아이가 점수에 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꿈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교사가 되든, 역사학자가 되든, 아니면 또 다른 길을 가게 되든, 그 과정에서 조금은 숨 쉴 틈이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합격 발표일의 긴장과 설렘 속에서, 나는 우리 아이의 잠든 얼굴을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아무리 세상이 휘몰아쳐도, 이 아이가 자기 길을 잃지 않도록, 나는 끝까지 곁에서 지켜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