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수필통

by 이음


삶이 매일 보송보송하지는 않으시지요.
저도 우울증으로 벌써 5년 차를 지내고 있는데요.

삶의 어느 구간에서는 정차도 하고 싶었고, 또 어느 구간에서는 하차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새벽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퇴근하던 20살 대학생이 사고를 당한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는데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새벽 퇴근을 하다 무거운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를 도와주던 중 과속 차량에 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어렸을 적 어머님을 떠나보내며 장기 기증 서약을 했었고요. 그로 인해 이 청년은 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습니다. 아버지께 학비 부담을 안 드리려고 한시도 아르바이트를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왜 유독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일찍 떠나는 걸까요?

주위를 둘러봐도 나쁜 짓을 하고 악하게 사는 사람들은 잘만 사는데, 유독 착한 사람들이 생이 짧은 것 같지요?
저의 어머니도 45세에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동생도 1살에 떠났습니다. 친인척, 친구 제 주변에도 일찍 떠나신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전생설과 업이라는 게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런 인과적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거든요. 착한 사람은 이번 생에 태어나 해결해야 할 업이 적었기 때문에 빨리 떠나는 것이고, 나쁜 사람은 업을 계속 쌓느라 겉으로는 인간사에서는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죄의 마일리지를 쌓고 있어서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전생에도 죄가 많아 이번 생에 풀고 가야 할 건수가 많은데, 오히려 더 짓고 있는 것 같고요.

우울증을 앓다 보면 의식의 위치가 자유자재로 변하곤 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좀비 같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몸은 살아 있는데 의식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순간들도 있고요. 삶의 의미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삶의 전원이 꺼지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때론 몸이 사정없이 아프고, 때론 호빵맨처럼 붓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시 의식은 이성 곁으로 돌아옵니다. 흩어지는 감정들을 불러 모아 이성은 ‘정신’이라는 체계를 세우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국 삶이란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사람이 먼저 떠나는 이유도, 악하게 살아도 잘 버티는 이들이 있는 이유도, 우리가 머리로는 다 헤아릴 수 없겠지요. 다만 분명한 건, 그 청년처럼 짧은 생이라도 누군가에게 큰 울림을 주고 떠난 삶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우울증을 앓으며 삶이 무너지는 순간들을 자주 겪습니다. 모든 의미가 꺼져버린 듯 공허할 때도 있고, 몸과 마음이 동시에 버겁게 다가올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다시 돌아오는 건 결국 작은 숨결 같은 희망이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햇살 한 줄기,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 그리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 말입니다.

삶이 늘 살캉살캉하지는 않아도, 우리는 끝내 걸어가야 할 길 위에 서 있습니다. 힘들면 잠시 쉬어도 되고, 멈추었다가 다시 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직 우리 열차가 달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소중한 분들도 지금을 잘 버티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 살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빛나는 의미가 되리라 믿습니다.

당신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