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하늘 우체국

by 이음

빈아, 잘 지내.
그곳은 조용하고 평온하고?

이곳도 좀 조용하고 평온했음 좋겠다.

나는 지금 맥이 좀 빠르고 숨이 차. 요즘 이완기 혈압도 높고 맥박도 유난히 빨라서, 일주일 동안 측정해 보라고 하셔서 오늘 병원에 가야 해.

있잖아, 빈아. 나는 우울증을 겪으면서 죽음에 조금은 초연해졌다고 생각했다. 늘 생과사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기분이었거든. 그런데 어제 브런치에서 투병 일기를 쓰던 작가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어.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더니, 너무 놀라고 슬프고 또 무서웠어.

왠지 그게 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너도 결국 우울증 끝에 먼저 떠났잖아. 우울증의 끝은 결국 같은 곳으로 모이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

게다가 요즘 나는 숨이 자주 차서 운동도 못 하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아주 제한적이라 더 그런가 봐. 그리고 너 그거 알아? 숨이 차면 극도의 불안 스위치가 켜지면서 최악을 늘 준비하게 돼. 그래서 나는 혹시 심정지가 와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아. 예전에는 신체는 멀쩡한데 공황 때문에 숨이 찼다면, 지금은 실제 수치로도 이상이 나오니 더 불안하지.

병원, 병원… 정말 지긋지긋하지만 또 가야겠지. 이번 생의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아직은 살아서 챙겨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가야지.

마음 같아선 일어나서 스쿼트라도 하고 싶은데, 맥박이 94라 그냥 안정을 해야 해. 어제는 아들이랑 오랜만에 극장 가서 영화를 봤는데, 그 피로가 오늘의 숨참으로 이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네가 있는 곳으로 조금 천천히 가야 해.

알지? 그러니 너는 먼저 푹 쉬고 있어.

또 안부 전할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