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입니다

하늘 우체국

by 이음

잘 지내시나요?
이곳은 가을이 문턱을 밟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좀 멀뚱멀뚱하게 지내고 있어요.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은 늘 반짝거리는데, 저는 그 속에 산뜻하게 섞여 살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최근에 빈혈이 좀 심해졌습니다. 속눈꺼풀이 하얘질 정도로 수치가 낮고, 심하게 어지러워 철분 주사를 맞고 있어요. 우선 세 번 맞아보자고 하셔서 지금은 두 번짜 맞은 상태입니다. 빈혈이 심하면 숨이 많이 찬다는데, 심장 쪽이 옥쬐는 듯한 숨참은 많이 줄었어요. 다만 명치로 오는 숨참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구요.

제가 우울한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아요. 만약 숨참이 온전히 정신적인 것이라면 운동이라도 해보겠지만, 실제로 신체적 이상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들으면 속수무책이 되거든요. 이걸 구별해 내는 게 참 어렵습니다. 병 뒤에 숨어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닌데, 어찌 자꾸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무에타이 도장도 못 나갑니다. 숨이 차서 심장이 진짜 아프면 안 되니까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코코랑 산책하면 전력질주로 달리던 제가 이제는 그 에너지를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 너무 우울하게 느껴집니다. 숨은 붙어 있는데 세상 언저리에 사는 기분이거든요.


우울증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삼도천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신을 차리려 무진 애를 씁니다.

집 나간 나의 의욕아, 돌아와라.
집 나간 나의 애착아, 돌아와라.
집 나간 나의 희망아, 돌아와라.
집 나간 나의 사랑아, 돌아와라.

진정제를 먹고 잠들었다 깨어나면 잠시나마 “그래, 다시 살아야지” 하는 안도가 찾아와 나를 토닥여 줍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가을인데, 저는 가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발산에 가서 단풍도 실컷 보고, 사각사각 나뭇잎 소리도 실컷 듣고 싶은데 말이에요.

요즘은 글 쓰는 일이 무서워졌습니다. 제 우울함이 당신에게 전해질까 봐 굉장히 조심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려니 모두 우울한 소식뿐이라 죄송합니다.

당신은 요즘 어떠신가요?

가을의 사각이는 나뭇잎 소식이 있다면 전해주시겠어요?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당신의 소식이 가을바람에 실려 들려오길 기다리겠습니다.


2025년 가을 이음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