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나의 밤은 낮보다 길다.
밤이 되면 나는 생각의 끈을 붙잡지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두고, 스스로를 따라가 본다. 그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5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
그때 나는 조금 더 단단할 줄 알았고,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흔들리며, 여전히 불안하다. 다만 그 불안조차 내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5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또다시 예측하지 못할 곳에 서 있겠지. 하지만 이번엔 그것이 두렵진 않다.
- 5년 후의 나의 모습
아이는 다 자라서 대학생이 되어 있고, 나는 조금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 지금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살고 있을 테다. 또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 한쪽에 닿는 문장을 찾으며, 지금처럼 차 한 잔을 옆에 두고 늦은 밤을 보내고 있을 테다.
아마도 삶의 무게는 여전하겠지만, 그 무게를 견디는 방법은 조금은 더 익숙해진 어른의 모습으로 연상된다.
조급함 대신 ‘괜찮아, 조금 느려도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나로 자라 있기를 바란다.
- 10년 후의 나의 모습
그때의 나는 지금의 고민을 아마 웃으며 이야기할 것 같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힘들었구나.”
적당한 주름, 흰 새치 단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느긋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보다 천천히 걷고, 조금은 더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겠지. 여전히 궁금해하고, 여전히 탐구를 이어가겠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꼭 쥐려 하기보다 산책하듯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의 엄마로, 또 누군가의 친구로, 여전히 따뜻한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
결국 미래를 그려보는 일은, 지금을 들여다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오늘의 내가 쌓여 내일이 되고, 그 내일이 모여 또 다른 5년, 10년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너무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한다.
불안해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다.
이 길 위에서 계속 걷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니까.
나의 밤은 여전히 길지만,
그 긴 밤을 견디며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다.
언젠가 미래의 내가 지금을 돌아볼 때,
“그때의 너, 참 잘했어”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