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지려 하기 전에 슬퍼졌다

수필통

by 이음

저녁이 다 되어갔다.
“뭐 해먹지?”

얼마 전 TV에서 한고은 씨가 갈비찜을 하는 장면을 봤다.
뭐든지 투두둑 넣고 섞어버리는 모습이 묘하게 인상에 남았다.

“그래, 한고은 갈비찜을 해보자!”


“우리 갈비찜 먹어?”


“그르자. 엄마도 한 번 해보고 싶어.”

그리고 드디어 갈비찜을 했다.

양파 한 망 갈기,
마늘 적당히,
생강 적당히,
콜라 200ml,
참기름 한 바퀴,
후추 후두두두,
청양고추 투두둑,
대파 투두둑.

“나도 도와줄게, 엄마.”


“그럴래? 그럼 양파 갈자.”


“너무 매워!”


“참아야 하느니라. 참는 자에게 달콤한 고기가 오나니.”


“알겠어. 이제 뭐해?”


“배즙 두 개 잘라 넣어줘.”


“넣었어.”


“콜라 200ml 넣어줘.”


“넣었어.”


“간장 병 남은 거 다 부어.”


“그래도 돼?”


“응, 괜찮아.”


“부었어.”


“참기름 다 부어.”


“부었어 이래되 돼?”


“후추 후두두두 털어.”


“엄마, 얼마가 후두두둑이야?”


“기냥 대충, 후두둑 떨어졌네 싶게.”


“암튼 신기해, 엄마 요리법은.”


“자, 청양 다 넣고 대파도 다.”

이제 요리 시작~
칙칙폭폭, 칙칙폭폭. 압력밥솥이 갈비를 익혀냈다.

“자, 맛봐봐 애기야.”


“윽, 엄마… 니맛도 내맛도 아니여. 망함의 길조가 물씬 풍겨.”

갈비찜은 망했다.

이래서 나는 누군가의 레시피를 따라 하면 안 된다.
보기 좋은 후두둑이 맛도 후두둑 떠나보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