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재의 보은

옛날 옛적에

by 이음

옛날 옛적, 깊고 푸른 바다 속에
알을 품고 있는 바닷가재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흐렸고,
바다 밑에서도 거대한 물살이 요동치기 시작했죠.
태풍이 몰아치고, 곧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었어요.

바닷가재는 품고 있던 알들을 지키려 애썼지만
점점 거세지는 파도에 몸이 휩쓸리고 말았어요.
사방이 하얗게 뒤섞이고,
눈을 뜰 수도 숨을 쉴 수도 없는 혼란 속에서
바닷가재는 끝내 힘이 다해 버렸어요.

그때였어요.
등 뒤로 무언가 단단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 마리의 거북이였어요.
거북이는 폭풍 속에서도 바닷가재를 등에 붙이고
온 힘을 다해 물살을 거슬러 나아갔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바다가 조금씩 잠잠해졌을 때,
바닷가재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자신은 암초 위에 있었고,
거북이는 그 옆에서 지느러미를 늘어뜨린 채 쓰러져 있었죠.
등껍질에는 깊은 금이 가 있었고,
지느러미 끝은 쓰나미에 쓸려 다 닳아 있었습니다.

“거북아… 왜 나를 구했니? 넌 나를 몰랐잖아.”
바닷가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거북이는 조용히 숨을 고르더니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태풍이 오기 전,
넌 내 알을 덮어주었잖아.
그날 네가 모래를 덮지 않았다면
내 새끼들은 파도에 다 쓸려갔을 거야.”

그제야 바닷가재는 기억이 났어요.
며칠 전, 모래밭에서 알을 낳던 거북이가
거센 조류에 둥지를 잃을 뻔했을 때,
자신이 큰 집게발로 모래를 덮어주었던 일을요.

거북이는 힘겹게 미소를 지었어요.
“서로의 바다가 다를 뿐,
우린 다 같은 바다의 자식이잖아.”

그 말을 끝으로 거북이는 눈을 감았어요.
바닷가재는 오랫동안 거북이 곁을 떠나지 못했어요.
그리고 약속했죠.
언젠가 거북이의 알이 깨어나는 날,
자신의 등에 그 아이들을 태워
바다 깊숙이 데려다주겠다고.

그날 이후로 바닷가재는
태풍이 오는 날이면 늘 바다 위로 올라와
하늘을 조용히 바라봤어요.
파도가 거세질수록,
그는 늘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고 해요.

“누군가의 바다에서, 나는 누군가의 거북이였다.”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