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만 얼굴

지옥에 가면 만나게 될 사람들

by 이음


지옥의 냄새가 난다. 타는 듯한 욕망의 뒤틀린 냄새와, 탐욕이 얼굴들이 썩어가는 냄새.

지옥의 아침은 언제나 같았다. 비리고 역겨웠다.


붉은 재가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고,

불길은 하루 종일 꺼질 줄 몰랐다.

여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다 똑같다.



나는 오늘도 불길을 가르며 걷는다.

개할머니가 떠난 자리는 여전히 따뜻하지만

그녀의 개들이 짖던 자리에선 이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 어딘가에서 유난히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린다.


“치익—, 치익—.”


불타는 쇠를 문지르는 소리만 들릴뿐이다.

그곳엔 한 남자가 있었다.

회색 정장 차림에 반짝이는 구두였다. 불길에 비친 광택 사이로 재가 묻어 있었다.

그는 거울 앞에 앉아 수건으로 그것을 닦고 있었다.

거울이라고 하기엔, 깨지고 그을린 금속판 같았다.


“그건 뭐예요?”


내가 물었다.

그는 텅 빈 눈빛으로 나를 흘긋 보며 말했다.


“내게 제일 소중한 나의 얼굴이지.”


그는 거울을 천천히 닦았다.

검은 그을음 아래로 희미한 얼굴 윤곽이 드러났다.

그 얼굴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여기선 다들 뭔가를 태우더군요.”


그가 말을 이었다.


“누군가는 추억을, 누군가는 분노를.


난 아직 내 얼굴을 태우지 못했어.”

그의 손끝이 떨렸다.

거울 속 남자는 점점 변해갔다.

눈은 동전으로 막혀 있었고, 입가엔 금속이 녹아내리며 굳어 있었다.

그는 거울을 보며 울었다.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나는 그저, 돈을 벌었을 뿐이야. 남들도 다 그렇게 살잖아.”


나는 묻지 않아도 알았다.

그는 생전에 변호사였다.

거짓을 감싸고, 죄를 포장하며,

누군가의 삶을 팔아서 자기 명함을 빛나게 했던 사람.

그는 늘 말했다고 한다.


“진실은 재판에서 이기는 쪽이 만든다.”


거울 속에서 목소리가 났다.

그의 목소리였다.


“그 말, 기억나?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진실은 이기는 자의 것이라고.

그러니 이제, 네가 진실을 이겨봐.”


그는 비명을 질렀다.

거울을 내리쳤지만, 깨진 조각마다 그의 얼굴이 다시 비쳤 있었다.


그 수백 개의 자신이 동시에 울부짖는 모습이 징그러웠다.


“난 나쁜 사람이 아니야! 단지 선택이… 틀렸을 뿐이야.”


불길이 번졌다.

그의 손이 타들어가는데도 그는 거울을 놓지 않았다.


“이게… 나야. 이게… 내 죄야…”


그가 울부짖듯 소리쳤다.

그제야 거울 속의 모든 얼굴이 잠시 멈췄다.


지옥의 공기가 고요해졌다.

붉은 하늘이 잠시 빛을 잃고,

불길 사이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제야 죄를 다 받은 듯하네요.”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물인지 녹은 금속인지 모를 것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누구요… 당신은?”


“그냥 지나가는 죄인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그가 울었다.


“거울이 나를 용서할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옥에 용서는 없었다.

그저 끝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일,

그게 이곳의 형벌이자 구원이었다.


불길 사이를 빠져나오자, 다시 그 냄새가 났다.

타는 거짓말 냄새.

오늘도 지옥은 한 사람의 ‘진실’을 천천히 굽고 있었다.

개할머니가 그랬다.


“지옥은 불이 아니라 마음이야.

그 안에서 스스로를 태우는 게 제일 오래가.”


나는 불길 속 거울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그 남자는 여전히 거울을 닦고 있었다.

자기 얼굴을 되찾기 위해,

자기 죄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지옥은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마주 보는 게 가장 두려운 사람들만 모여 사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