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가면 만나게 될 사람들
지옥의 또 다른 층에는,
짐승들이 사람보다 먼저 울었다.
허물어진 벽과 갈라진 지붕 틈마다
숨죽여 짖는 소리가 퍼졌다.
그 소리는 때로 통곡 같았고,
때로는 무언의 기도 같았다.
그곳엔 한 여인이 살았다.
낡은 바가지로 물을 떠서 80마리의 짐승들에게 나누어주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루를 세었다.
“봉구야, 밥은 먹었니.
너는 오늘도 꿈을 꾸었구나.”
짐승들은 대답 대신 꼬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그걸 웃음이라 믿었다.
그게 유일한 대화였다.
세상은 그녀를 미쳤다고 불렀다.
철거지의 폐허 속에서 떠나지 못한 여인.
그러나 여인은 말했다.
“내가 떠나면,
이 아이들을 누가 돌보겠어.”
그녀에게 지옥이란, 떠나지 못하는 곳이 아니라
남겨두고 가야 하는 세상이었다.
짐승 하나의 숨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동안
그녀는 이미 인간의 말들을 잊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거짓과 약속을 품고 있었고,
짐승의 울음은 단 한 가지
살고 싶다는 진실만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골목 끝에서 쇳소리가 났다.
지수 아범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병을 들고 있었다.
“할매, 세상은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그가 흐느끼듯 말했다.
개들이 그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개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손짓을 하며 그들을 달랬다.
“아범아, 그만 좀 마셔.
니술 냄새에 개들도 취하것다. 휴.”
“이놈들보다 내가 더 불쌍해.
나도 버려진 거야.”
그녀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버려진 게 아니라, 남은 거쥬.
버린 사람들은 벌써 지옥 밑으로 내려갔어.
우린 아직 이 위에 있잖아.”
그 말에 지수 아범은 잠시 웃었다.
술병을 쥔 손이 덜덜 떨렸고,
개 한 마리가 조심스레 그의 발을 핥았다.
그녀는 말했다.
“살고 싶으면, 여기선 누군가를 돌봐야 해.”
지수 아범은 잠시 웃었다. 그 웃음은 흐릿했지만,
“그날 밤 개들의 울음은 유난히 짧았다.”
밤이 오면 개들은 한꺼번에 짖었다.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울음이 하늘로 올라갈 때,
마을의 남은 불빛들이 흔들렸다.
그녀는 가끔 문턱에 앉아 달을 보며 속삭였다.
“저기 있는 분이 내게 묻겠지.
너는 왜 아직 그곳에 있느냐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지옥에 남은 게 아니라,
지옥을 돌보고 있을 뿐이야.”
어느 날 새벽,
그녀의 집 앞에 낯선 상자가 하나 놓였다.
누군가 버리고 간 짐승이 담긴 상자였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상자를 열었다.
작은 강아지 하나가 벌벌 떨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그 아이를 품에 안고 말했다.
“어서 와라, 아직 너 갈 덴 있는 거다.”
그리고 그날 밤,
마을 저편에서 또 다른 울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새로 도착한 것이다.
지옥은 그렇게 늘,
누군가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지옥이란, 누군가를 버리지 못해
끝내 떠나지 못하는 마음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