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가면 만나게 될 사람들
우리는 어두운 곳에 살았다.
햇빛은 언제나 먼지 속에 갇혀 내려왔고,
마을의 골목은 낮에도 어둑했다.
옆 골방에는 외로운 노인 하나가 살았다.
그는 하루 종일 벽을 바라보다가,
가끔 기침처럼 한숨을 내뱉었다.
그럴 때마다 낡은 문틈에서 먼지가 흘러나왔다.
밤이면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쇳소리 같은 엔진음 뒤로,
외로움에 지친 개가 울부짖었다.
그 울음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의 비명 같았고,
그 소리에 마을은 한동안 숨을 멈췄다.
세상이 폭발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지수 아범은
허구한 날 술에 취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다.
“세상이 나한테 해준 게 뭐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그 말은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른 채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의 생명은 돌 하나의 무게도 지탱하지 못할 만큼
하찮게 흔들렸다.
아침이 와도 마을은 밝지 않았다.
철거의 붉은 글씨가 벽마다 번져 있었고,
지나가는 바람조차 폐허의 냄새를 실어 나르기 바빴다.
한때 구멍가게였던 곳에는 ‘철거 예정’ 딱지가 붙어 있었고 유리문 너머 녹슨 냉장고 안에는
미처 팔리지 못한 음료수 몇 개가 뿌옇게 남아 있었다.
주인 여자가 떠나며 “내일 다시 올게요.”라고 말했지만
그 내일은 오지 않았다.
지수 아범은 아침부터 빈 병을 모았다.
그의 손은 언제나 덜덜 떨렸고,
빈 병이 부딪히는 소리는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소리 같았다.
노인은 여전히 창문 앞에 서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굴이었지만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의 그림자는 벽을 따라 길게 드리워졌고,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밤이 오면, 마을은 또다시 같은 하루를 되풀이했다.
개는 울었고,
지수 아범은 술에 취했고,
노인은 숨을 쉬었다.
그게 전부였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옥이란, 결국
사람이 서로를 잊지 못해
다시 만나게 되는 곳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