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기 싫은 손

지옥에 가면 만나게 될 사람들

by 이음

지옥의 소리는 여전히 시끄러웠다.남겨진 아이들의 절규가 공기를 긁었다.찢어질 듯한 울음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었다.끝내 끝내지 못한 생명들이, 여기 남아 있었다.오늘은 이상하게도 소리가 먼저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퀘퀘한 냄새와 함께, 원장선생님이 들어왔다.그의 손에 아이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푹 팬 볼. 헬쑥한 얼굴.때가 말라붙은 팔과, 긁다 만 부스럼.아이는 울지 않았다.그저 숨만 쉬고 있었다.


"새로 온 애다. 일곱 살, 영지."


원장선생님은 더 말하지 않았다.아이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여기서의 만남이 얼마나 오래 남는 슬픔인지.


"너 어디서 왔어?"


영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 말할 줄 몰라?"


지혜가 다가왔다.


"놀라서 그래. 그만 물어봐."


지혜가 영지의 손을 잡았다.


"이리 와. 방 알려줄게."


영지는 아무 말 없이 따라갔다.


"쟤도 버려진 거야?"


"쉿. 듣는다."


"뭐 어때. 우리 다 버린 애들인데."


"그래도 처음은 아프잖아. 그런 말 하지 마."


아이들의 목소리는 낮았고,그 사이에 아무도 울지 않았다.영지는 방 구석으로 기어들어 갔다.무릎을 끌어안고, 벽을 향해 앉았다.눈을 감자 어두운 방이 하나 더 떠올랐다.좁은 방.문이 닫히는 소리.조그만 가방 하나.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들.영지는 눈을 떴다.아무것도 없는 벽이었다.입술이 떨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눈물만 흘렀다.


그날 밤, 불은 늦게까지 꺼지지 않았다.아이들은 좁은 이불 안에서 서로의 숨을 나눠 가졌다.누군가는 뒤척였고,누군가는 조용히 이를 갈았다.영지는 눈을 감지 못했다.천장이 아니라, 벽을 보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렸다.아주 가까운 곳에서.영지는 고개를 조금 들었다.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다시 벽을 봤다.그때였다.벽 한쪽에,손톱으로 긁은 듯한 자국이 보였다.가느다란 선들이 겹쳐 있었다.지워지지 않은 흔적들.영지는 손을 뻗었다.손끝이 그 자국 위에 닿았다.차가웠다.손을 떼지 못했다.그 아래에,작게 파인 글자가 있었다.영지는 눈을 가까이 가져갔다.…이름이었다.누군가의 이름.영지는 입을 벌렸다.소리는 나오지 않았다.그 이름을,자기도 모르게 따라 읽고 있었다.그 순간,어디선가 아주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아무도 울지 않던 방에서.영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저 벽을 붙잡고 있었다.마치 놓으면 사라질 것처럼.그날 밤,영지는 처음으로 잠들지 못했다.그리고 벽 속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다시 날이 밝았다.오늘은 자원봉사자들이 오는 날이었다.아이들은 말없이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었다.조금이라도 덜 보이려고.지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아줌마 알지. 올 때마다 간식 주는 사람."


"응."


"나 데려갔으면 좋겠다."


누군가 코웃음을 쳤다.


"그런 거 믿지 마. 앞에서는 다 웃어. 뒤에 가면 다 똑같아."


"그래도… 손 잡아주잖아."


"그게 문제야."


"왜?"


"불쌍해서 그러는 거잖아."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럼 뭐가 나은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데려가는 거."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


누군가 낮게 말했다.


"저번에… 천사반 애 돌아온 거 봤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 아이는 웃는 얼굴로 나갔다가,울지 않는 얼굴로 돌아왔다.


"아줌마."


민지가 바싹 다가왔다.


"아줌마 집에 애 있어요?"


"있지."


"몇 살이에요?"


"너보다 훨씬 커. 고등학생."


민지가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럼… 어린 애는요?"


"없어. 하나만 키워."


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다."


"뭐가?"


"민지처럼 이쁜 딸 못 키워서."


아줌마가 웃었다.민지는 그 웃음이 좋았다.멀리서 사감 선생님이 다가왔다.민지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히 들어갔다.이불을 들고 나오던 숙희가 중얼거렸다.


"새로 온 애 있네."


"그러네. 저번 주엔 없었는데."


"밥은 먹었대?"


"거의 안 먹더라."


숙희가 이불을 털었다.먼지가 한 번 일어났다 가라앉았다.


"빵 하나 가져다 줄까."


"가봐. 울지는 않지?"


"…울 애가 아니야."


영지는 두 다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묻고 있었다.


"아가, 이거 먹어봐."


영지는 움직이지 않았다.숙희는 잠시 서 있다가 말없이 돌아섰다.저녁이 되고,방 안에 이불이 깔렸다.아이들은 뛰어다녔다.웃고, 밀치고, 도망쳤다.그 소리가 조금 크게 들렸다.그때 민지가 조용히 다가왔다.영지 옆에 앉아 작은 손으로 손을 잡았다.


"나도 여기 있었어."


민지가 말했다.


"엄마가 두고 갔거든."


잠깐 숨을 골랐다.


"언니들이 그러더라. 안 온대."


민지는 웃었다.


"그래서 나도 안 기다려."


손을 조금 더 꼭 쥐었다.


"다른 엄마 찾으면 되지."


영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일은 밥 먹어."


민지가 말했다.불이 꺼졌다.아이들은 금방 잠들었고,누군가는 뒤척였다.영지는 눈을 감지 않았다.손은 여전히 잡혀 있었다.그 작은 온기가 쉽게 놓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