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가면 만나게 될 사람들
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열려 있는 건 문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누군가 놓고 가는 순간에만 잠깐 허락되는 시간. 그 짧은 틈을 위해 사람들은 밤을 골랐다.
여자아이는 신발을 벗고 걸었다. 소리가 날까 봐 아이를 안고 맨발로 골목을 걸어왔다. 아기는 자고 있었다. 아니, 조용히 참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여자아이는 문 앞에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벨을 누를까 말까, 손가락이 몇 번이나 떨렸다. 결국 누르지 못했다. 대신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작은 이불이 깔린 바구니가 있었다. 여자아이는 잠깐 멈췄다가, 아이를 그 안에 내려놓았다. 급하게 가방을 뒤졌다. 작은 담요와 고이 접힌 종이. 종이를 펼쳤다가 다시 접었다. 결국 놓지 못하고 아이 위에 담요만 덮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엄마가 미안해.”
소리는 작았지만 몸이 먼저 무너지고 있었다. 아이가 눈을 떴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여자아이는 손을 뻗었다. 다시 안으려고. 하지만 끝내 닿지 못했다. 손이 허공에서 멈춘 채,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돌아섰다. 맨발로 소리 없이 걸었다.
문은 닫혔고, 그제야 안쪽에서 벨이 울렸다. 목사님은 또 한 생명이 왔다는 걸 알고 급히 뛰어나왔다. 아이를 확인하고 골목까지 나가봤지만, 이미 아무도 없었다. 아이는 안으로 들어가 분유를 먹고 목욕을 했다. 이름도, 기록도 없는 아이를 바라보며 목사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몇 분 뒤, 문이 다시 조용해졌다. 아이는 울지 않고 누워 있었다.
두 사람은 택시를 세워두고 왔었다. 택시 기사는 차마 뒤를 돌아 보지 못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쫓기듯 올라탔다. 택시는 아무 말도 없이 달렸다. 라디오도 꺼져 있었고, 기사도 거울을 보지 않았다.
“탔던 곳으로 가주세요.”
남자아이가 말했다. 목소리는 이미 부서져 있었다. 여자아이는 참지 못하고 울었다. 소리는 작았지만 끊기지 않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안쪽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렸다. 남자아이는 옆을 보지 않은 채 손을 계속 쥐고 있었다. 택시는 다시 그 골목을 지나갔다. 아까보다 더 어두웠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했다.
“여기서 내려주세요.”
문이 열리자 찬 공기가 밀려 들어왔고 둘은 말없이 내렸다. 택시는 잠깐 멈춰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려다 삼킨 기색만 남긴 채 떠났다. 둘만 남았다. 골목은 그대로였고, 문은 보이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 못 가겠어.”
남자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우리 잘한 걸까.”
질문은 바닥에 떨어졌지만, 누구도 주워 담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손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까지 아이를 안고 있던 자리. 아무것도 없는데, 더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차가워.”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남자아이는 천천히 앉아 손을 폈다. 손바닥이 떨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온기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울었어?”
남자아이가 물었다. 여자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잠깐 멈췄다.
“참고 있어.”
둘 사이에 침묵이 길게 내려앉았다. 멀리서 새벽 첫 버스 소리가 들렸다. 시간은 분명 움직이고 있었지만, 둘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결국 둘은 일어났다. 갈 곳은 없었지만 걸었다. 아무 방향도 없이. 공원에 도착했을 때도 아직 어두웠다. 벤치는 차가웠고 바람은 더 차가웠다. 둘은 서로를 보지 않은 채 같은 방향을 보고 앉았다.
“여기서 잠깐만 있자.”
남자아이가 말했다.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전부였다. 시간이 길어졌다. 손이 자꾸 움직였다. 안고 싶어서.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여자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팔을 끌어안았다. 습관처럼. 그 안에 아직 아이가 있는 것처럼.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그 빈자리가 더 또렷했다.
“이 시간에 분유 먹어야 되는데.”
남자아이는 눈을 감았다 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추우면 어떡하지.”
대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고 여자아이는 몸을 더 웅크렸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한 번만 안아볼 걸.”
그 말은 너무 늦게 나왔다. 해가 천천히 올라왔고 공원은 조금씩 밝아졌다. 사람들이 하나둘 지나갔지만 아무도 둘을 보지 않았다. 그건 다행이었고, 동시에 견딜 수 없었다. 그때 여자아이가 말했다.
“오빠나 손이 이상해.”
남자아이가 바라봤다. 여자아이의 손이 굳어 있었다. 펴지지 않았다. 마치 아직도 무언가를 놓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그날 이후로도, 여자아이는 손을 펴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잡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