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이 된 조폭들

수필통

by 이음

이상하다. 설정일까?
요즘 <모범택시 3>을 보는데, 여기도 어김없이 조직폭력배들이 나온다.

조폭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그들은 늘 탕 안에 들어가 있다.
그대들이 어묵도 아닐진대, 왜 그렇게까지 불려서 몸을 담그는지 모르겠다.

볼성사납게 국물 반, 조폭 반이 되어
뜨거운 욕심처럼 푹푹 끓이고 있다.

도대체 저 꼬치를 누가 산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재밌게 보는 내눈은 뭐란 말인가. 저 설정이 먹히는거 보니 아예 뻥은 아닌가 보다.

생각해 보면 저 설정이 아예 안맞는 은유는 또 아니다.우리는 늘 관계라는 사이에 묶여 공동체를 권유 받는다.
회사라는 탕, 학교라는 탕,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탕까지.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빠져나올 수 없도록 몸을 불리고,
국물처럼 진해진 감정 속에서
언제부턴가 자기 모습을 잊는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저 장면이 비현실이 아니라
너무 현실에 가까운 장면은 아닐까 하고.

우리는 어묵이 아닌데도
따뜻하다는 이유 하나로
너무 쉽게 몸을 담그고 살아간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 하나가 있다.
개구리는 찬물에 넣고 불을 조금씩 올리면
도망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너무 따뜻해져 버려서,
뜨거움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 안에서 버텨낸다고 했다.

문득 생각했다.
탕 안에 앉아 있는 저 사람들 말고,
어쩌면 나도
그 개구리와 별 다를 게 없다는 걸.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 몸이 불어터졌다는 것을 알아도
이미 젓가락은
다른 사람이 쥐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오늘도
가벼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틀어놓고,
그 뜨거운 탕을 엿보며
조심스레 물어본다.

나는..
아직 국물일까,
어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