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무엇일까

수필통

by 이음

고 이순재 배우님의 영결식을 보며 생각한다.
산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떠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일까.

남겨진 이들은 기억 때문에 슬프겠지만,
떠나는 이도 과연 슬플까.
떠나는 발걸음의 첫 한 걸음은
분명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곳으로 향한다는 막막함.
하지만 마지막 한 걸음쯤에는
오래 맡았던 소임을 내려놓는 안도와,
어딘가로 ‘돌아간다’는 평안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당신이 가신 길에 저도 언젠가 갑니다.
친구에게 말했다.

네가 먼저 간 곳에 나도 곧 따라간다.
머무를 수 없기에 인생이고,
떠날 수 있기에 역시 인생이다.

그렇다면 떠난다는 것은 아직도 두려움일까.
당신만 가는 곳이 아니라
나도, 우리도 결국 가야 하는 곳이라면.
단지 시간을 달리해 이곳에 잠시 머물렀던 것뿐이라면
그곳에서도 우리는 또 함께일 수 있지 않을까.

산다는 게 정말 그렇게 아름다운 일인지 잘 모르겠다.
어제 떠나간 이들에
오늘이 나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게 기쁜 일인가, 슬픈 일인가.

산다는 건 결국 그런 일 아닐까.
우리의 호흡이 조용히 시간 속에 묻히고,
누군가의 한숨 같은 작은 순간들이
아무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일.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있어야 할까.
누군가는 눈부신 순간을 찾고,
누군가는 잊히지 않을 흔적을 남기려 애쓰지만
정작 떠나는 순간 우리를 붙잡는 건
그 어떤 거창한 말도, 성공도, 후회도 아니다.

아마 아주 사소한 것들.
함께 웃던 얼굴,
저녁 냄새가 배어 있는 옷,
누군가의 손끝에서 건너온 따뜻함,
그리고 ‘다음에 보자’ 하고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낸 말.
우리는 그런 작은 조각들을 품고
조용히 길을 건넌다.

그래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누구의 내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
지금 이 짧은 순간이라도
조금 더 다정해져야 하는 건 아닐까.
이별을 미리 두려워하기보단
지금, 살아 있는 지금,
서로에게 체온을 건네는 일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떠날 그날에
우리도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으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 이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