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얼마 전 우울증 재검을 했다. 정상으로 나와서 약을 차츰 줄이기로 했다. 그리곤 제일 센 약을 하나 줄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일상이 무너져 버렸다.
나는 거북손처럼 이불에 붙어 있었다. 무기력과 전신 통증의 역습이었다. 약을 일주일 끊고 버티다 이번 주에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그 약 한 알 끊었다고 이 모든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진 않고, 아드님 일과 겹친 스트레스가 함께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심한 무기력에 먹는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두 번 먹어보니 먹었을 때가 훨씬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일상을 끌고 갔던 힘은 내가 아니었나 보다. 약의 힘을 빌어 살았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한 알을 덜어내고 다시 다른 한 알을 추가했다. 약의 밀도야 다르겠지만 내가 빠진 나라는 건, 다르지 않을 듯하다.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시간이 아깝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게 6년 전인데 나는 아직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아픈 것도 그대로이고, 정신과도 여전히 다니고 있다. 끔찍하리만치 아픈 게 싫지만 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하도 오래 아프니까 주변에선 말이 많다.
“이제 그만 아플 때도 됐잖아.”
“아들한테 다 영향 간다, 엄마 아픈 거. 진짜 일어나야 해.”
“굿을 해봐.”
“신병 아니야?”
“이혼을 해. 이혼해야 낫는다.”
“산골로 이사 가서 휴양하면 다 나.”
안타까워서 건네는 말들에 내 마음도 점점 조급해진다.
“나 진짜 안 나으면 어떡하지?”
“내 40대가 다 이렇게 지나가면… 시간이 너무 아까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더 일찍 하지 못했을까. 몇 살까지 나아보겠다든가, 아니면 어떤 루틴과 계획을 세워 실천해 본다든가.
운동도 하다 만 지 오래됐고, 아직은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이 남아 있는 삶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다시 산책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산책을 하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정리된다.
다시, 내 인생의 노를 저어보고 싶다. 곧 끊길 것 같았던, 희미해졌던 나의 삶을. 아직 서툴겠지만 방향을 잃은 날도 많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흘러가는 대신 조금씩이라도 내가 움직여 보고 싶다. 사공이 없는 배로 떠내려가기에는 나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른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