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록
오늘 약국을 갔다가 있었던 일이다.
나는 아이 처방전을 내고 대기하고 있었다.
먼저 오신 할아버지는 계산을 하고 나가고 계셨다.
문 앞까지 갔다 돌아오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100원만 줘봐?”
약사님이 대답하셨다.
“네?”
“아, 요 앞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게 100원만 줘봐”
“내가 잔돈이 없어서 그래”
“백원만 줘봐”
순간 약국은 겨울 왕국처럼 냉기로 휩싸였다.
약사님이 당황해서 말씀하셨다.
“그렇게는 안되겠는데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럼 뭐 거슬러야 돼?”
주머니에서 지폐를 바스락 거리며 머뭇거리고 계셨다.
냉기가 싸왁~
그때 전산 직원분이 말씀하셨다.
“100원으로 커피를 어떻게 드셔요?”
“아, 요 앞 명가원 자판기 커피가 100원이야”
“그거 뽑아 먹으면 돼”
“아, 네”
전산 직원분이 100원을 건네주셨다.
할아버지는 100원을 받아 가며 말씀하셨다.
“네가 알아서 먹을게,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가셨다.
서로가 알 수 없는 눈빛만 교환할 뿐 약국에는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100원의 가치는 없는 걸까?
할아버지는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 100을 줘보라고 당당히 요구하시는 걸까?
할아버지 주머니의 지폐는 100원이 모여 만들어진 화폐일 텐데, 왜 다른 대우를 받는 걸까?
왜 내 것은 귀하고 남의 것은 귀하지 않은 걸까?
왜 반말로 약국 직원분들에게 무례하셨을까?
식당 자판기 커피를 드시려 했던 그의 사정도 슬프고,
그 백원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갈등 속의 사람들의 눈빛도 슬펐다.
사정이 있어 그렇다면 왜 천원인들 못 도와 드리겠는가?
문제는 백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내 돈이 있으면서도 당당히 요구하는 행위다.
내 돈은 깨서 동전으로 만들기 싫으니 네 동전을 내놓아 보라는 이기주의가 문제다.
미안함과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그까짓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게 문제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게 문제다.
할아버지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