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통
저녁을 먹고 쇼파에 앉았다.
배가 빵빵한 구피가 어항 모서리를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불안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필시 출산을 앞두고 있는 행동이다. 구피 어미의 몸집이 너무 작았다. 첫 출산인 것 같은데 아직 어린 구피가 새끼를 배고 출산을 앞둔 게 나는 영 불편했다.
(내가)
이건 구피 성폭행 사건 일지도 몰라!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어린 구피가 임 신을하고 새끼를 낳다니….
"어미라기에는 성장이 아직 한참 덜 되어 보여”
(아이)
엄마 그걸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사람하고 똑같이 생각하면 안 돼
(남편)
이게 다 큰 거야
때가 됐으니깐 낳는 거지
(내가)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첫 출산인 거 같아, 구피가 더 컸으면 좋았을 거라고, 너무 어려 보이는데 이른 출산이니 원치 않는 임신 일수도 있다는 거지. 덜 성장했으니 얼마나 힘들겠어!
암컷 구피가 원해서 임신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충분히 성장하고 나서 종족 번식을 했어도 됐는데, 사람으로 따지면 너무 빠르다는 거지
(남편)
그걸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사람의 잣대로 물고기를 생각하면 안 되지
(아이)
그래 엄마 그건 비과학적이야
애들은 본능만 갖고 살아, 사람처럼 인지능력이 없다고, 지능이 없어. 그건 너무 과한 몰입이야!
(내가)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우리도 예전에 일찍 시집가던 조혼 문화가 있었잖아?
그때는 그게 행복해서 갔겠어? 그때도 힘들기야 했을 거야, 참아야 했던 거겠지.
그냥 그런 문화여서 갔겠지만 지금 와서 봐봐, 폭력이었다는 거지, 그게 폭력인 줄 몰랐을 뿐이지.
구피도 저런 삶을 받아들여야 해서 받아들이지만 행복하고 편안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말이지
(남편)
아이 됐어, 늦었어, 얼른 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 짜증 만랩
(내가)
그게 아니고 자기야, 나는 사람만 지능이 있고 존귀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밝혀진 과학보다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고….
쩝쩝쩝 에혀^^;”
아이와 나는 자러 들어왔다.
그리곤 잠자리 수다를 이어갔다.
(아이)
엄마 말대로라면 인간만 그런 지능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거네?
(내가)
글쎄 지능이라는 말로만 설명할게 아니라 인지적 지적능력과 비슷한 다른 능력이 다른 생명들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지.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듯, 들리지 않는다고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니깐 말이야”
(아이)
엄마가 ‘물고기도 힘들 거다’고 엄마가 말했잖아?
엄마의 말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혼돈이 왔어
생물은 파브루를 기초로 생각했는데 생각 밑에 있는 젠가가 빠져 무너지는 느낌이야.
‘파브르의 말에 의하면 동물들은 생존 기계다’라는 말이 있어,
파브르는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의해서만 존재하는 존재들이라고 했어, 인류만 진화의 정점을 도달했지. 그래서 인류만 문명을 만들었다고 했어.
그런데 엄마 말데로라면 다른 생명체들도 진화의 정점에 도달하면 인간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잖아? 그러면 인류가 위험해질 수도 있잖아? 인간외의 생명체는 생존을 위한 지능만 있지, 이성적 감성적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니깐.ㅎㅎ
그런데 엄마의 말을 들으니 다른 생명체들도 이성적 감성적 느낌을 느끼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워.
(내가)
근데 아프다는 게 힘들다에 포괄되지 않을까?
힘들다는 슬프다에 포괄되고, 그렇다면 ‘이성, 감성, 생존’의 관계는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이어져 있는 감정 같아.
봐봐 숟가락만 쓰다가 불편하니 젓가락을 만들었겠지? 이성적 판단이잖아?
자식이 아픈 걸 보는 어미는 슬프지? 그건 감성적 판단이잖아?
생존을 위해서 편한 방법을 생각하고 새끼를 키우고 가 모두 포괄된 거라고 생각해.
모든 생명체는 각각의 한계에서 감성도 이성도 생존적 본능도 느낄 수 있을 거야.
단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만큼 인간이 느끼는 방법으로 모든 생명체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이겠지, 그래서 엄마는 무용한 것이든 아니든 다 평등하고 소중하다는 거야!
아이)
쩝쩝쩝쩝 냉무 룩 심각
(내가)
ㅋㅋㅋ
“축”
엄마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