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벗에게~

편지

by 이음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이곳은 아직 겨울이야.

너의 계절은 어떤지 궁금하다.

봄이 오고 꽃은 피었니? 아님 여름으로 건너갔을까?

시원한 소나기가 우산을 두들기며 합주가 한창이려나?

아님 고혹한 여름 장미가 활짝 웃으며 어린 왕자 이야기를 신나서 해주고 있으려나? ㅎㅎ


나는 매일 너에게 편지를 쓰는데 몇 줄을 잇지 못하고 있어.

숨이 차기도 하고, 지친 영혼이 맑지도 못하고.

지금은 잠시 맑음이야.


이렇게 몸과 정신이 맑은 날엔 마음이 급해져. 그동안 못했던 일들이 할 게 많거든. 밀린 것들을 하다 보면 금세 예전으로 돌아가지만 잠깐씩 오는 샘물 같은 이 시간이 요즘 참 귀해.


너에게 보내지 못한 말들이 모여 내 시간에 책처럼 쌓였어. 그래서 그 연약한 말들이 너무 아까워 물꽂이를 할까 생각 중이야!!

뿌리를 잘 내린다면 작은 수목원을 해보면 어떨까?

ㅎㅎ . 말목원 어때?

재밌겠지 않아?

너와 말목원에서 색종이 같은 말들을 모아 심어 보면 좋겠다.

꽃이 피려나?

말이 피려나?

생각만 해도 즐겁다.


난 이렇게 무엇이든 물과 흙에 꽂아 심어보고 싶어.

요즘은 뉴스를 잘 안 보지만 보기 싫어도 보이고 들릴 때가 있잖아. 그럴 땐 생각해. 저이들을 화분에 심어 목대를 대주고 잘 가꾸면 다시 잘 크려나?

영양이 부족해서 그런가, 과해서 그런가?

왜 비뚤어지고 잘 못 컸을까?

무슨 병이 퍼지면 전염병처럼 병들었을까.


사람도 식물이었으면 좋겠다.

다시 가꾸고 돌보면 본연의 모습을 찾아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매일 아침 쓰는 첫 줄이 모여 나의 밤에 아득한 별이 되었어. 반딧불이처럼 연약하지만 꺼지지 않고 나의 겨울을 지켜줄 거야. 너에게 보낸 말 중에 살아서 꽃이 핀 걸 봤어. 잘 키워줘서 고맙고 고마워.

매일 보내는 나의 글이 이슬을 머금은 채로 새벽녘에 도착하길 바라. 어떤 날은 미처 도착하지 못한 날도 있을 거야. 그런 날도 이해해 줄 거지?


여름 장대비처럼 시원한 말들을 흙탕물 튀기듯 힘 있게 부쳤으면 좋겠다. 너의 계절에 놀러 가게~


2022년 5월 22일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