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수필통

by 이음

‘가을을 탄다’는 타다의 타동사이다. 기분을 느끼거나 자극을 받는다는 뜻이지만, 나는 나무나 길을 지나간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래서 가을을 지나가는 중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나는 해마다 가을 몸살을 심하게 겪는 편이다. 그런데 몸살이 찾아오는 계기가 좀 신기하다. 가을마다 가슴을 헤집어 놓는 노래가 하나씩 꼭 생긴다.


나는 그 노래 하나를 몇 날 며칠 또는 한 달 정도는 듣고 앓아야 한다. 충분히 흔들리고 나면 회복되긴 하지만, 이때마다 이상하리만치 감성이 열리는 것 같다.


올해에는 레이디 가가의 ‘I'll never love again’ 이 노래에 꽂혔다. 작년에는 윤동주 시인의 노래 ‘별 헤는 밤’이었고, 재작년에는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였다.


왜 이렇게 가을마다 가슴이 아픈지를 모르겠다. 그것도 노래 하나에 빠져서 헤맨다고 하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전생 체험이라도 해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가을이 되면 나도 모르는 내가 나와 짧은 생을 살다 간다. 전생에 못 마친 숙제가 있는 듯이.


어제도 이 음악을 듣느라 세 시간밖에 못 잤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보다. 취할 만큼 흠뻑 취하고 잘 지나가길 바란다.

나의 애달픈 가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