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배우고 느끼는
한 권의 책을 전부 필사해 보기는 처음이다. 이 번 책은 글쓰기 공부 목적으로 분석하며 읽었다. 그 책은 243p이고, 글자 수는 약 71,915자 정도가 된다. 보통 우리는 페이지 정도만 알고 있지 내가 어느 정도의 분량을 써야 책을 낼 수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 나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면밀히 본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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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읽을 때와 글쓰기 교과서로 읽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독자의 시점에서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작가의 시점으로 돌려보니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번역하며 읽는 일이 처음에는 고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계속하다 보니 머리에서 자동으로 번역해 주는 새로운 신경회로가 생겨난 듯 술술 읽혔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작가는 당신을 상상했다. 친구로서 당신에게 다가가고, 연인으로 다가갔다, 선배로써 당신을 만났다가, 부모로서 당신을 곁에 있었다. 작가는 우리(작가와 독자)의 삶을 얘기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신 삶에 필요한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 당신을 상상했을 것이다.
‘ 내가 아는 당신께’라는 전제로 글을 썼다는 것을 독자들은 몰랐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몰랐다. 사실. 독자는 작가를 알지만 작가는 독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쓴다. 하지만 글은 독자를 알고 쓰인 것이다.
작가 시점의 의도를 생각하면 글은 ‘당신을 향한 애정으로, 관심으로 시작되고 쓰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글이 당신께 와닿는 정도에 따라 이렇게 이해하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께”
“친애하는 당신께”
“애정 하는 당신께”
“아끼는 당신께”
작가의 시점에서 글을 읽고 필사해 보니 자존감이 연포탕에 들어가는 낙지처럼 쭈그러든다. 나는 누군가를 이토록 ‘친애’하며 글을 쓸 수 있는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던지는 사람이었지 않던가.
글이란 모름지기 말의 어미인 것을. 뱉고 나면 사라지는 말이 아닌 것을.
누구의 살결을 찢어 새결질 가치를 가진 글을 만났을 때 독자는 느낀다. 그 책은 나에게 도착한 연서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