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배우며 느끼는
<까톡 세상>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디일까?
눈을 뜨는 시간부터 눈을 감는 시간까지 스마트폰 속에 살고 있다. 사적인 일상부터 공적인 업무까지 카톡을 사용한다. 연세가 70세가 넘으신 사장님이 카톡으로 말씀하시고 카톡으로 보고를 받고 계신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반이면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친구가 없을 정도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단톡 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백여 개가 넘는다. 메시지를 읽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힌다. 대다수의 메시지는 읽어보지도 않고 읽음 표시를 하고 있다. 여러 관계로 가입된 그룹방들이 모호하게 쌓여간다. 방의 분위기를 깨게 될까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머물고 있다. 소통의 대부분을 카톡 세상에서 하고 있지만 글을 다 읽을 수도 없기에 공감할 수도 없다. 우선순위 방에만 참여를 하고 나머지 방들은 읽씹을 하기 일쑤다. 참여도 못하면서 속으로 죄책감만 쌓여가는 불편한 거미줄 같은 관계이다.
간혹 자동 친구 신청이 되어 있으면 친구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 나를 보는 게 불편하기도 하다. 반면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친구 리스트에만 있어도 기분 좋은 사람들도 있다. 존경하는 스승님, 감사한 선배님, 인연이 깊은 분들이 그렇다.
카톡은 소통의 도구도 되고 인맥의 창고도 된다. 필요하다면 초고속 전보를 물고 날아가 줄 비둘기가 되어준다. 카톡의 편리함과 서비스에 사람들은 몰리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영역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이런 카톡이기에 21세기 채팅 문화를 섭렵하고 모든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 같다.
<인스타 세상>
인스타그램 내방 창문에 서면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찾아다니며 만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서로의 조각 시간들을 보여주고 보러 간다. 나의 생각, 추억들을 공유하며 스스럼없이 보여 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매일 먹는 음식을 보여주는 친구, 매일 그리는 그림을 보여주는 친구, 오늘 이동하는 동선을 보여주는 친구, 예쁜 곳들을 소개하는 친구들까지~
우리는 그곳에서는 얼굴도 보고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누구를 만났는지도 자유롭게 보고 있다. 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친구여서 보는 것이지만 하루 종일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고 있는 기분도 든다. 만나서 대화를 하고 표정을 보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서 일방적 통보에 그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사적으로 인연이 있으며 인스타에서 친구라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인스타에서만 친구인 사람은 옆으로 지나가도 서로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아주 간혹 온라인에서 알게 돼서 오프라인 세상까지 인연이 닿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인연은 극히 드물다.
인지심리학 박사 김경일 교수님의 말에 의하면 인간은 인간의 얼굴을 마주 보는 것에 극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외식을 하기보다는 배달음식을 선호하고, 만나서 계산하기보다는 전자결재를 선호하고, 전화주문보다는 배달앱 주문으로 대면 자체를 기피하는 방법을 선택한다고 한다. 바쁘고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영역인 대면 문화가 변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온라인 세상으로 넘어가며 휴식하는 방법도, 시공간의 좌표도 변하고 있다.
사실 인스타의 많은 인친들을 일일이 만나고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내가 허락하는 만큼의 거리에서 그만큼만 알고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보여주는 만큼 외에는 상대는 나를 더 알려고도 보려고도 할 수 없다. 부담스럽지 않고 나의 영역을 지키며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거리두기와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자주 보고 듣고 만나고 싶다. 멀리 있지만 언제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인스타 그램은 시장, 문화, 사람들의 유행과 동향을 엿보기 아주 좋다. 실시간 검색어, 빅데이터 등으로 사람들을 분석하고 트렌드를 맞춰가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스타 그램은 서로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문화를 변화하고 이끌어내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거주지는?>
나의 집은 어디일까?
온라인일까?
오프라인일까?
카페가 채팅방으로 옮겨왔다. 카톡은 랜선 카페 역할을 한다. 인스타 그램은 안방 티브이도 되었다가, 창문도 되었다가, 전화기도 되고,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몸은 오프라인에 있지만 정보와 소통 공유는 온라인 안에서 하고 있고 대부분의 관계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집에 있으나 집에 있는 게 아니고 SNS에 있으나 SNS에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거주지 확장을 기뻐해야 할까?
<창문 틈 사이로>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처럼 많고 빠른 소통을 하기는 어렵다. 많은 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깊은 관계를 맺기에는 더없이 적합하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서로 보고 있지만 보고 있는지 모른다. 듣고 있지만 듣고 있는지 모르고 말하고 있지만 말을 거는지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서 외로움을 외치며 그리움이 쌓여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