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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놓고 하는 넋두리

글을 배우고 느끼는

by 이음

글을 쓰고 있는데 아이가 뒤에서 들여다봤다.


“엄마, 그런 글 쓰지 마”


“왜?”


“사람들 그런 글 안 좋아해”

“그냥 요리나 사람들이 편해하는 글 써”

“재밌고 그런 얘기”


“엄마가 하고 싶은 얘기 쓰고 싶은데”


“안돼”

“그런 글 쓰면 사람들이 엄마 싫어해”

“읽지도 않아”


“사회 얘기, 정치적 얘기, 도덕적인 말 하지 마”

“불편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싫어해”


“헐”

“그럼 남들이 듣고 싶어 하는 글만 써?”


“음, 어느 정도는”

“엄마 정치적 소견 얘기하고 인스타 팔로워 확 떨어져 나갔잖아 “


“그리고 엄마가 관심 있는 얘기는 사람들이 관심 없어”


”알겠어, 너도 뒤에서 내 글 읽지 마”

“자꾸 잔소리하고”


아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게 아니다. 나도 항상 이런 갈등을 하고 있었다. 쓰다 만 글들이 많은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글이란 어느 부분에 맞춰야 하는 걸까? 실제로 여러 강의에서도 그렇게 배웠다. 정치적 이야기, 부정적인 소견과 소신은 드러내지 말라고.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만 보여주라고 말이다. 그래야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한다.


슬픈 얘기다. 우리는 삐애로도 아닌데, 왜 척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이 다르다면 진짜 인연이 닿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삐애로의 미소는 무섭지 않은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싶다. 좋아서 크게 웃어도 경박스럽다고 판단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는 세상에서 내 아이를 자라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13살인 아이가 벌써부터 세상을 알아버린 것 같아 슬펐다.


넌 세상을 좀 더 늦게 알았으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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