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가족의 해풍소
그런 날이 있다. 아들이 방언이 터지는 날.
1차로는 한강 하류에서 포크레인 기사님이 발견한 6000년 전 매몰 된 나무의 탄소연대 측정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2차로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내신과 봉사점수를 챙기기 위해 윤호가 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 줬다.
3차로는 내일 적성검사를 본다고 한다. 늘 검사할 때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고 나오는데 무엇일 될지 고민이라고 했다.
중학교 1학년 학급회장이 되고나서부터 리더십의 방향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이끌지 않고 밀어주는 리더가 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한다.
중1이 이런 이야기를 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엄마가 아파, 철이 일찍 들었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학급 회장이 되면 아무 청소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지시하고 검사하는 게 일이지만 지시만 하면 통솔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기특한 넘이다. 벌써 세상의 이치를 알다니.
그래서 반학기 식사당번을 봉사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보이고 봉사점수도 챙기고 일석이조라고 신나 있었다. 그런데 언제 밥퍼주고 니밥도 먹고 밥도 치우고 청소 확인까지.. 일이 많아서 어쩐다냐고… 엄마는 걱정부터 되었다.
학급 공략을 지키며 친구들에게 잔소리나 책망보다는 따뜻하고 응원해 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한다.
만화가와 공대연구원과 고고학 교수와 해부학 교수에 관심이 있는데 되고 싶은 직업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한다.
오늘 왜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하냐고 하니 자기 생각을 엄마가 들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엄마가 진로에 대해서 카운슬링을 해주길 바라냐고 물으니, 그건 절대 아니라고 했다.
ㅋㅋㅋ 소신 있는 넘이다.
자신의 인생이니 자신이 결정하되 지켜만 봐주고 방향이 올바르지 않을 때만 잡아달라고 한다.
또 갑자기 인공태양이 가능할까라고 물어서 이미 논문이 나왔다고 이야기해 줬다. 실제로 태양을 대신할 순 없지만 에너지 대체용으로 많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미래의 지구는 각자의 대기층을 형성하고 개인의 인공 태양을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애기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서로 만나야 할 때는 대기권이 합쳐져서 이동이 가능할 거라고 한 수 더 떴다.
또 주제가 바뀌었다. 공공경제에 관해 배웠다며 국제협력기구에 관해 이야기했다. eu, FTA, oecd, apec. 그랬더니 자유무역협력 전에 무엇이었는지 아냐고 질문했다. 모른다고 했더니 공공무역이었다고 한다.
아~ 오늘은 애기가 말이 너무 많다. 차마 겉으로 말은 몬하고 언제 끝나노 생각만 하고 있었다.
또다시 양자역학 양자핵융합이 가능할까라고 질문했다. 원소와 커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실제로 현재 핵융합 자체가 양자핵융합이라고 설명해 줬다.
수다스러운 밤이다. 아이가 크니 대화의 범위가 넓어져서 좋기도 하고 아는 게 딸리기도 한다. 자정이 다 되도록 재잘거려 억지로 재웠다. 딸 같은 아들이라 그런가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참 많다.
엄마는 니 덕에 늘 긴장한다.
평생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큰 원동력은 역시 자식이다. 고맙다 아들.
잘 자라줘서~
쭈그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