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가족의 해풍소
어제는 중학교 배정통지서를 받는 날이었다. 학교로 3시까지 받으러 오라고 해서 아이가 출발했다. 그리곤 금방 전화가 오더니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직 준비가 안 돼서 내일 알려 준데, 나 집에 갈게”
이런 일은 첨이라 제법 놀랐지만, 그렇구나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좀 있다 아이가 도착하니 6학년 담임 선생님께 문자가 오고, 고양시 교육청에서도 문자가 왔다. 전산작업이 지연되어 착오가 발생해서 죄송하다는 말과, 선생님은 아이들을 돌려보내겠다는 말씀이었다. 그리곤 윤호폰으로 다시 담임선생님이 문자를 주셨는데, 오늘 문자로 배정학교를 알려 준다고 하셨다. 좀 있다가 고양시 교육청에서 문자가 왔다. 오늘 저녁 8~9시 사이에 문자발송 해준다는 말이었다. 요즘 나는 7시에서 8시면 잠이
드는데 오늘은 9시까지 버텨 보기로 했다.
이때부터 오염된 물에 물고기 마냥 나와 애기는 눈이 퀭해졌다. 정신은 안드로메로 떨어져서 서로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조급하지만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이들의 영혼 상태였다.
우리 아기에겐 소박한 꿈이 있다. 지금 다니는 초등학교가 국립인데, 연달아 있는 중, 고등학교를 가고 싶어 한다. 예를 들면 호빵초등학교, 호빵중학교, 호빵고등학교 이런 식이다. 이렇게 세 학교가 1킬로 내에 같은 도로에 셋다 위치해 있다. 아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세 학교를 맘에 들어했다. 호빵 중학교는 고양시에서는 공부를 많이 못하지만 인성이 좋은 학교로 알려져 있다. 호빵 고등학교도 인문고로 공부를 많이 못하지만 그럭저럭 문제가 없는 학교이다. 왜냐면 다 같은 동네 애들이 초중고를 올라가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우리 아들의 선택을 지지한다. 공부 잘하는 학교 가면 머리만 아프지, 즐겁게 생활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자라면 그걸로 엄만 고맙고 대견하다.
8시가 되자 눈꺼풀을 닫는 요정이 찾아왔다. 요즘은 불안장애가 심해져서 약을 하루에 세 번 먹는다. 공불안 발작처럼 공황장애 반 불안장애 반 정도가 섞인 증상이 낮에 발현된다. 그러고 나면 기운 싹 사라진다. 저녁을 먹여야 한다는 정신력으로 버티다가, 저녁만 먹이고 나면 온몸이 아이스크림 녹듯 흘러내린다. 눈꺼풀 요정의 눈꺼풀 닫으려 했다. 아래서 잡아당기는 이와 필사적으로 뜨려는 나, 둘의 사투는 50분간 계속되었다. 그러다 눈을 떠보니 새벽 다섯 시이다. 눈을 뜨자마자 문자를 확인했다. 아잇, 53분에 문자가 와 있었다. 3분 반 참았으면 되었을 것을.
애기에게 알려주면 얼마나 좋아할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원하던 중, 고를 차례대로 나오길 바란다. 네가 원하는 데로, 걷다 달리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 엄마는 늘 오분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이제 엄마는 이사준비를 해야겠다. 너의 중학교에서 5분 걸리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지.
너와 나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아브라카다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