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5.15/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복합 질환>
이제야 잠이 온다. 밤을 꼴딱 새웠더니 급피로가 오고 있다. 이 병에 고질병은 불면증이다.
이번주 일요일에 선생님을 만나러 가겠다고 어제는 병원을 3군데나 투어 했다. 도대체 몇 가지 과를 다녀야 이 눔의 통증과 안녕을 할는지 모르겠다.
일단 임파선에서 잡히는 멍울이 신경 쓰인다. 3주나 항생제와 주사를 맞았는데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도 엠알아이 대기다.
정형외과도 있다. 거북목이 의심되어 사주동안 목견인 치료를 했다. 역시 큰 차도가 없으니 MRI를 찍어 보자 하신다.
신장내과에 수신증이 생겨서 지켜보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물혹이 흡수 안되면 악성인지도 검사해봐야 한단다.
정신과 말고도 다니는 병원이 이래 많으니 나는 점점 지쳐가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다.
ㅎㅎ 그래도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정신과 샘이 기분이 좋으셨다. 하도 애기 가르치듯이 잔소리가 심하셔서 다소 불편했는데 어제는 장난도 치시길래 나올 때 발걸이 가벼웠다.
“그래 왜 또 하루 일찍 왔어요?”
“아~ 그게 점심약이 없어서요 “
“아니 내일약까지 드렸는데 왜 벌써 없어요? “
“그러면 안 되는데…“
“그 독한약을 다 먹었다고요?”
“아뇨, 선생님 진짜 기억이 안 나요. 약을 좀 전에 먹은 건지, 안 먹은 건지요..”
“저녁 약은 하나 남았는데 점심약만 한 번 더 먹은 거 같아요 “
“그럴 수 있어요. 극도로 불안할수록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요”
“지금 약 용량이 높기 때문에 정말 심할 때만 한번 더 쓰고 평상시에는 까먹으면 안 먹기도 하고 자꾸 줄이셔야 해요”
“그래, 일주일 동안 어땠어요 “
“음 그냥 자주 울고요”
“베르테르 효과 때문인지 자주 안 좋은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약 먹기 전보다는 덜해졌어요”
“다행이네요”
“지금 이 순간에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안 보일 거예요 “
“그래서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을 하는 거죠”
“그런데요. 다 지나갑니다. 아버님도 영원히 사실 거 아니고요”
“친정일도 영원히 불편할 거 아니고요”
“시댁일도 영원히 그럴 수는 없어요”
“어떻게든 결론이 납니다”
“환자분이 결혼을 안 하셨으면 죽고 싶음 그러라고 하겠어요 “
“그런데 자녀분이 계시잖아요”
“아직 부모 손이 많이 필요할 때인데, 책임감을 가지셔야죠?”
“죽으려면 왜 결혼해서 애를 낳으셨어요? “
“네.. 그게..”
“ㅎㅎ 거 봐요. 그땐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죠?”
“인생이 그런 거예요”
“내가 알 수 없는 일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회오리 치는 거요”
“그럴 때마다 무너지면 누가 환자분 아이를 지켜 줍니까”
“그 회오리 속에서 보호받아야지요. 그게
부모 아닌가요 “
“그러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꼭 생각하세요”
“시간이 지날 때마다 하나뿐이던 선택지가 하나 더 보이고 하나 더 보이고 이렇게 풀려 나갑니다”
“제 얘기 아셨죠?”
“아, 네”
“그럼 이 주 후에 뵙겠습니다”
ㅎㅎ
꼭 이 주 후에 맞혀 가리라.
깐깐하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