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3.19/일)

어느 공황장애,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봄날의 사상가>


맑다. 봄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어느새우리 집 창가에도 다녀갔다. 베란다에서 마주 보이는 목련 꽃봉오리가 이미 물 오를 데로 올라 통통해져 있다. 며칠이면 선보는 아씨마냥 곱게 화장하고 하얀 비단옷을 차려입고 나올 태세다.


목련은 참 고운 자태를 지니고 있다. 잎새마다 연결되는 고운 선이며 맑은 빛깔이며. 꼭 양반댁 애기씨가 해 입을 만한 비단옷 같지 않은가.


봄은 기차놀이를 하듯 겨울까지 개화 바턴을 넘겨주고 떠난다. 그러면 피고 지고를 반복한 계절은 눈꽃으로 한 해를 마무리를 한다.


사람의 일생도 꽃과 같다. 태어날 때부터 마지막까지 희노애락이 피고 지고 가 반복되니 말이다. 겨울을 견뎌낸 꽃이 향이 진하듯, 고뇌를 겪어낸 사람의 인생이 진국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가끔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삶에 희로애락을 느끼면 태초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의 의미는 아니다.


그저 다른 삶에 주워지는 것이 게임처럼 파밍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공평한데 삶은 늘 불공평을 받아들이라 주입시킨다.


계절은 사계를 순환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순환하는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육신과 흙은 서로 순환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영혼은? 영혼은 마음이다. 마음은 생각이다. 생각은 소량의 전기신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 있어도 늘 전기로 인해 순환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너무 육감에만 몰입해 있어서 다른 미세한 고차원 감각이 닫혀 있는 게 아닐까?


난 이런 생뚱맞은 생각을 하는 게 재밌다. 일론머스크의 이 세상은 시물레이션이 아닐 수 없다는 얘기도 어느 정도 동감한다.


다 좋은데 로그아웃하는 법을 모르겠는 게 문제이다. 맵이동을 하거나 차원이동을 하거나 아바타를 새로 정할 수는 없는 건가?


이대로 목련처럼 희게 피고 초라히 지는 게 정녕 다인가? 후손을 남기고 흙이 되는 게 이번 생에 끝인가.


누가 이 글을 읽으면 메시지 좀 주시오.


어떻게 차원의 벽을 넘을 수 있겠소.


내 충분히 넘어 볼 자신이 있소~


개념치 마시고 멜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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