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5.24/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관찰 일기 시작>
어제는 좋은 꿈 꾸셨나요?
정신은 비몽사몽 하고 하늘은 청명한 아침입니다.
아침으로 그린빈을 우걱우걱 몇 개 씹어 먹었어요. 그리곤 혼자 중얼중얼거리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 힘들어”
“하~~~~~(숨찬 호흡)“
“에고 죽긋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나 지금 어디가 아프지?”
생각해 보니~~
음~ 숨이 차네요(과호흡)
그리곤 어깨, 팔, 손 통증 그 외에는 그냥 찌뿌둥 정도였어요.
사십 대에 이 정도 통증은 다 달고 사는 거 맞죠?
저야 이 정도론 크게 아프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요? 왜 마음이 자꾸 힘들다는 소리를 내는 거죠!
앗, 분홍이… 분홍약을 또 끊었더니 과호흡과 더불어 기타의 증상들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다가오는 느낌이네요.
제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봤습니다.
요즘 저를 실험대상으로 관찰하고 있거든요. 물론 제가 아프지 않아서 관찰이나 하고 있는 건 전혀 아닙니다. 저도 나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예요. 관점을 달리하는 방법으로요. 일단 제 인격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아픈 영혜, 아픈 영혜를 바라보는 몸 밖의 영혜’ 이렇게요.
아픈데 집중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건강에도 좋고요. 무엇보다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심리학, 정신과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원체 호기심이 무성한 인간입니다.
그래서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의 감정을 가만히 살펴봤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회피감’이었어요.
음~ 이렇게 저를 객관화하면 일단 우울증이 심해지는 게 더뎌지거나, 멈출 때도 있어요. 왜냐면 관점을 돌려놨기 때문이에요
.
물론 그렇다고 아프던 신경통이나 숨이 찬 게 갑자기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홍이를 재빠르게 한 알 먹었습니다. 그리곤 오늘은 저에게 상을 하나 주기로 했어요. 하루 종일 기분 좋아지라고요.
그거슨 ….
바로바로..
짜장면이에요.
음~~
전 짜장면을 엄청 엄청 좋아하는데요. 완전 먹고 싶었지만, 회복식하느라고 모두 끊었습니다. 식단이 '미니양배추,그린빈,올리브,올리브유,토마토...' 절밥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을 굶고 다섯 시쯤 아들이 오면 짜장면을 시켜 보려고요.
“꼴깍 “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네요. 저희 동네가 짜장면을 잘하거든요.
전 사실 개미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쪽파라도 사다가 파김치라도 담가야 하고, 계절별 장아찌도 담가야 하고, 김치도 종류별로 해놔야 하고요. 집도 늘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궁금한 건 다 찾아봐야 합니다. 모르는 건 책으로라도 봐야 하는 발발이 성향이었어요.
그래서 전에는 살찔 틈이 없었는데..
지금의 저는 전통시장 찜통에서 파는 찐빵처럼 폭신폭신한 우윳빛 찐빵이 되었습니다.
몸이 크게 아프지 않는데도 이 무력감과 회피감에 짓눌려서 입에서는 어느새 ‘힘들어’를 반복하고 있는 절 보고 무의식이 말했어요.
“어서 기록해 “
모든 순간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도 좋아지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있거든요.
무력감과 회피감이 절 이기지 못하도록 저는 이제 청소를 하러 갑니다. 오늘은 아들 수학도 가르치는 날이고, 꽤나 할 일이 있는 날이네요.
그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감사히 시작하겠습니다.
abracadab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