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19/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우울증과의 싸움>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내가 뭘?”
“지금이 며칠째야?”
“내가 보자 보자 하니 너 정말 대단하다 “
“내가 뭘?”
“내가 너 늘 지켜보고 있는 거 알지?”
“응, 알지”
“네가 지켜본다고 내가 달라질 건 없어 “
“물론 그렇겠지 “
“그래도 내가 보는 것만으로도 영혜가 니 숙주는 되지 않게 할 수 있어 “
“영혜 쪼그라드는 거 안 보이니? 불쌍하지도 않아? 며칠사이 애 볼이 쏙 들어갔잖아 “
“왜 애를 밥도 못 먹게 하고 계속 재워 “
“내 알바 아니야”
“영혜가 그랬어. 잠 많이 자는 게 좋다고 “
“그래서 난 그렇게 해준 거야. 영혜는 잠이 많은 아이라며 “
“그래서 이러는 거야? 이건 너무 하잖아 “
“약을 안 먹어도 애를 종일 재우면 영혜는 할 일을 못하잖아 “
“너 때문에 영혜가 매일 약 먹어서 날 재웠잖아. 나도 그런 스킬쯤은 있어”
“어이가 없네 그래서 며칠을 재워버리는 거야? 낮에도 밤에도?”
“응, 또 다른 나의 특기지, 과다수면장애“
“내가 늘 축 쳐지고 죽을상에 불면증만 할 줄 안다면 그건 오해야,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이지 “
“난 다양한 특기를 가지고 있는 전지전능하신 우울증이시지 “
“푸하하하하”
“잠도 많이 재워주고 얼마나 좋니? “
”그럼 나도 방법이 없지, 의사 선생님한테 가서 상당해 보라고 말하는 수밖에 “
“그런다고 내가 쫄 거 같아 “
“아니 쫄지마, 나도 너한테 쫄지 않으니 “
하아…
눈만 뜨면 졸린지 삼일째다. 하루에 세 번 이상씩 나누어서 자고 있다. 오전에 자고, 낮에 자고, 초저녁에 자고 또 밤에도 잘 잔다. 뭘 할 시간이 없다.
화장실 갈 때 세탁기 돌리고 자고, 다시 화장실 갈 때 청소기 돌리고 잔다.
다시 새벽에 일어나서 개미 걸음으로 살금살금 청소를 하고. 새벽에 쓰레기를 버린다.
집도 엉망이고. 흥부네 마냥 먹을 게 없다. 애기가 먹을 게 없으니 얼마나 짠한지 모르겠다. 어제는 다행히 왕창 주문을 하면서 잠들었다. 이제는 눈뜰 때마다 요리를 한 가지씩 해놔야겠다. 간식은 고사하고 식사도 못 챙겨주는 엄마라니..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
우울증은 인내심이 강한 녀석이다.
다른 분들도 계속 증상이 변하는지 참 궁금하다.
새로운 증상들로 계속 바뀌는 게 날 테스트하는 거 같기도 하고. 우울증이 내 안에 집을 지으려는데 땅에 맞는 재료를 못 찾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이제는 자는 게 싫다.
으… 증말 시르다.
자면 잘 수록 두통은 더 심해지고, 편안한 잠도 아니고, 머리 깨지는 편두통 수면은 증말 증말 시르다.
잠들지 않고 활력 있게 살고 싶은데,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다시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위해서 또 하루를 견딘다.
오늘도 건강한 날 쪽으로 한걸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