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21/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 공허와 혼란사이>


오늘은 우산이 필요한 날이다.

하늘에 비는 그쳤는데, 전두엽에 홍수가 났다. 이러다 뇌 회로에 합선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지금 내 상태는 이상하다.

난 뭐 하고 있지. 어쩌면 난 안 아픈 게 아닐까? 꽤 병인가, 아님 이곳은 나의 망상의 세상인가.


두통이 없네. 신경통도 없고..


어… 근데 마음이 사라졌다.


누가 내 글을 계속해서 본다면 조울증환자인가 싶겠다.


어젯밤에는 행복했는데, 지금은 무감각하다. 감정이 없다 해야 할까? 아님 무슨 감정인지 모른다고 하는 게 맞을까.


레시피를 보고 새로운 음식을 했는데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맛. 그 맛이 지금 나의 상태이다.


일어나 걸으면 될 거 같은데, 그게 어렵다. 난 그저 눈뜨고 있는 마네킹이 된 기분이다.

잘 자고 일어났는데, 왜 이런 걸까.


이것 또한 우울증과 공황, 불안장애들의 협업 증상인가.


우울증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다. 행복이 오래가지 않는다. 어젯밤은 천국이었다면 지금은 이승과 저승의 중간계이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차를 눈앞에 두고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행복을 부어도 부어도 계속 빠져나간다. 난 감사한 일도 많은데, 이런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날 잡아주는 이성이 집을 나갔다. 그래, 그 애가 집을 비운 거야. 그래서 이토록 마음이 허잔 한 이유였다.


빈집이 폐허가 될까 두려운 건가?

아님 불안하거나, 혹시 내 집이 아니라고 느끼는 건가.


아, 또 시작이다.


어서 알아차리고 바라보자.


나와라, 바라보는 영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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