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6.21-2/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분홍약으로 코스모스 길을 그리다>


마음이 급했다. 잡념들이 좀비 떼처럼 몰려왔다. 그래서 분홍이를 얼른 한 알 먹었다. 그때 갑자기 내면의 고함이 들렸다.


“이걸론 부족해”


그래서 반알을 더 먹었다. 내일이 진료일이라 약이 없어야 정상이지만 때 마쳐 먹지 못 한 약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오늘도 글 쓰다 쓰러질 각오를 하고 있다.


어젯밤부터 과다수면 장애에서 벗어나는 거 같았다.


어젯밤은 한여름밤에 꿈같은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전투 중이었다. 그것도 장기전으로 말이다. 언제든 적군의 선제공격이 있을 수 있다. 의연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잠깐 깜박했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언니랑 카톡을 했다.


“언니 나 좀 어떻게 해줘”

“언니 내가 없어졌어,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너무너무 힘들어 “


말은 함축됐지만 마음은 절규에 가까웠다.

소리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언니네 집으로 잠시 내려와 있어 “

“시골 공기도 맡고 그러면 좋아질 거야

“언니가 꼭 안아줄게”


그래, 이 말만으로도 나는 포근해졌다. 이 따뜻한 말이 듣고 싶어서 어리광을 부렸나 보다.


차라리 약효가 빨리 돌아서 몽롱해지면 좋겠다. 느낄 수 없어 슬플 때도 있지만, 느끼고 싶지 않은데 느껴서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세상의 5명 중에 1명이 우울증을 겪는다는데 얼마나 높은 확률인가. 알고 보면 아스팔트 위엔 보이지 않는 눈물들이 흥건하다.


길가마다 내 분홍약으로 코스모스 꽃을 그려주고 싶다.


세상아 세상아 고통의 눈물 좀 달래주렴.

그래야 누군가는 뽀송한 신발로 가벼운 걸음을 걷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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