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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3년 기록

잘 지내라 친구야

2023년 기록

by 이음

2023년 상반기 기록은 우울한 컨셉인가 보다. 거실에 갔다 오니 친구에게 부재중 전화가 왔다. 못 받았더니 문자가 와 있었다.

“바쁘냐?”

무슨 일인가 하고 얼른 전화를 했다.


“몸은 좀 어때? “

“방학 때 너 얼굴 좀 보러 가려고 했지 “


“응, 아직 안 좋아 “


“뭐? 아직도 안 좋아, 엄청 오래가네 “


“응 , 사실.. 나 좀 더 안 좋아졌어 “

(그동안 있던 얘기를 줄여하며)

“저번주부터 이번주까지 좀 힘드네 “


“그거, 나도 알아 “

“나는 쓸모없는 인간 같고..”

“왜 사나 싶고, 무슨 약을 먹어야 빨리 죽나 싶고 막 그러지? “


“뭐야?”

“너도 우울증 왔었어? “


“응 나도 심각했어”

“버스에서 머리 내밀고 막 그랬어 “

“죽을 생각만 하고, 맨날 울고”

“근데 애가 넷이 자나, 애들 생각만 했지 “

“오빠랑도 맨날 싸우고 울고 불고 몇 년을 고생했나 몰라”


“그랬구나..”


“그래, 오직 윤호 생각만 해 “

”내가 뭐라 해줄 말이 없다 친구야 “

“무슨 말도 위로가 안 되잖아 “


“맞아, 위로라고 충고하면 오히려 더 상처받을 때도 있어”


“미안한데, 진짜 해줄 말 없는 거 너도 알지?”

“내가 겪어 봐서 그래 “


“응, 알아 “


“그래도 어느 순간이 되니깐 회복할 힘이 생기더라”

“버텨, 힘이 생길 때까지만 버티면 다시 일어설 수 있어”


“그래도 우리 친구들 중에 아직 자살한 애는 없지? “


“왜 없어..”

“OOO 몇 년 전에 먼저 갔잖아 “


“그래? “

“왜? 어떻게 하다가?”


“어, 이혼하고 술 먹고 그랬데”


(숨이 컥 막혔다)

“어, 그래.. 나 좀 나아지고 만나자 “


“그래 알았어, 전화해 “


“응”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려하던 일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엄청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정도인 사이였다. 내가 동창회를 안 가니 소식을 몰랐던 거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먹먹하다. 참담함에 무력함이 밀려온다. 우울증이 대단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무서운 병이구나..


모르겠다.

다시 머리가 멍해졌다.

급한 데로 안정제와 수면제를 먹었다.


하늘에 뜬 수많은 별이 사실은 사연을 다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사연은 벌써 별이 됐겠구나.


우리 반 사진에서 이제 너는 여기 없네.


너 가는 길에 인사 못 가서 미안.
내가 소식을 너무 늦게 들었어. 우리 모임이 아니어서 나한테까진 연락이
않았나 보다. 그래도 친구였는데 참 미안하다.
OOO 어디에 있든 명복을 빈다. 부디 그곳에서는 힘들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인 동안 즐거웠어. 우리 다음에 또 보자…
2023.6.30 친구 영혜가


먹먹하고 쓸쓸한 밤이다.

이별은 늘 준비가 안되고 어색하다.

가슴이 쓰리다 못해 아프다.

빨간약을 발라도 나을 증상이 아니다.


나의 가슴에 이 모든 구멍을 견뎌낼 탄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윤호 비를 막아 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