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록
큰일이 났다.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말이다. 지금 태풍을 동반한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속보가 떴다. 이제 호우주위보가 나갔으니 대비를 해야 한다.
수면제를 먹었는데 왜 효과가 없지? 심히 고통스럽다. 잠으로라도 도망가고 싶은데 여의치 않다. 약이 좀 그렇다.
나는 왜 글을 계속 쓰고 있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쓰지라도 않으면 우울의 늪에 빨려 들어갈 거 같은 두려움이 든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거 같다.
“왜 그래?”
“뭐가 그렇게 힘들어? “
“몰라요”
진짜 지금 무슨 감정인진 모르겠다. 마구마구 넘쳐흐른다. 싱크대 하수관에서 거품이 넘치듯이 구분할 수 없는 감정들이다.
‘아 갑자기 또 머리가 아프다, 이 순간 맥주생각이 간절해진다’
‘잡았다. 이놈 이젠 안 속지 ‘ 한 번이면 족하지. 내 두 번을 속을까. 우울증과 술의 사이를 확실히 알았으니 이젠 무시하겠다.
문제는 이 거품 청소인데 이게 글로만 가능하려나 모르겠다. 글로만 풀기 어려울 거 같아 먹을 걸 찾으러 나갔다 와야겠다.
이따가 이어 쓰러 올진 나도 모르겠다.
이어 쓰러 왔다.
배가 터지게 먹고 왔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박수가 빨라졌는데 수박을 먹는 사이 안정을 찾았다.
밤에 수박은 좀 무린데, 속이라도 편하고 싶어서 골랐다. 그냥 맛도 못 느낄 만큼 연속해서 입으로 집어넣었다. 이건 수박폭식이었다. 어느새 배가 불러오는 걸 보고 느꼈다. ‘내 배를 학대하고 있구나!’ 바로 포크를 내려놨다.
수박을 먹는 사이 심신이 잠시 안정을 찾았다. 갑자기 들은 소식이라 더 놀랐던 거 같다. 다행히 수면제가 능력을 발휘하려 한다.
오늘밤은 마음이 많이 춥겠다.
포근하게 안겨 잠들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