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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 Aug 12. 2023

판교는 차갑지만 은근히 재밌는 곳

지방 지박령의 판교 출근기 #1

안녕하세요.

지방에 길이길이 말뚝 박을 뻔했으나 어찌어찌 판교 10개월 차 1년 차 응애 다시 인사드립니다.(_ _)

두 달 전에 쓰고 있던 이 글을 이제야 발행합니다... 반성중

작년 8월, 제목만 몇 번씩 고치며 당차게 시작했던 출근기인데 이제야 진짜 이야기를 적습니다.

그래도 #0에서 끝나지 않은 건 다행히 회사가 저를 정직원으로 업그레이드해 줬기 때문입니다..!


인턴으로 일하던 3개월, 그리고 무사히(?) 존버 중인 지금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스타트업답게 어제와 오늘의 업무가 다른 날이 종종 있었고, 지난주의 회사와 이번주의 회사가 처한 상황이 달라지기도 했으며, 최근 몇 달간은 사람도 조금 줄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회사 자체도 위기가 있었지만 잘 버티는 중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판교라는 곳 자체에 대해 느낀 점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서울/경기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라면 잘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평화와 안정 그리고 노잼의 도시 대전 토박이인 저에게는 어떠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 도시를 경기도, 분당도, 성남도 아닌 판교라고 독립적으로 부르는 게 상당히 높이 산다는(?) 느낌이 항상 듭니다. 그와 동시에 저에게는 '스타트업의 성지, 개발자의 도시, 아무튼 뭔가 대단히 엄청난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곳이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영향이 아마 가장 큰 것 같아요.



출처 강하늘 페이스북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긴 한데, 사실 전 판교 사람들은 다 정장 입고 출퇴근하는 줄 알았습니다. 스타트업 하면 깔끔히 차려입은 채 미팅하고 멋들어지게 피칭하는 모습이 먼저 떠올라서요. 아무래도 저는 그전까지 IT업계 직장인을 만나본 적이 한 번도 없었나 봐요. 막상 출퇴근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옷차림은 아무래도 후드집업에 백팩? 특히 무채색(중요).




아침엔 판교역에 도착하자마자 모두가 누구보다 빠르게 계단을 향해 갑니다.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 애매한 빠르기로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속도가 뒤처지기 때문에, 네이버지도의 가르침에 따라 '빠른 하차 4-2'번 문을 이용합니다. 모두가 지각 5분 전인 것 같은 사람들 속에서.. 제일 먼저 계단에 발을 올리는 날엔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소확행 중에서도 극극소확행입니다.


회사 건물까지 가면서 보이는 수많은 건물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1. 무슨 회사가 이렇게 많은가

2. 유리창으로 가득한 건물들 넘 챠가워...입니다.


차갑고 건조하기만 한 유리창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나의 큰 벽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정을 절대 안 줄 것 같이 생겼습니다. 이 느낌은 아직도 적응이 안 돼요. 이게 진정 미래도시..?


근데! 가끔은 그 유리창이 이곳의 감성을 담당하기도 하더라고요.

하늘이 맑고 구름이 예쁜 날엔 한몫 톡톡히 합니다. 유리에 비치는 구름이 너무너무 예쁘거든요. 이런 날엔 퇴근하러 건물을 딱 나설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잠깐 멈춰서 감상하기 필수.




이 동네는 여러모로 낯설지만 묘하게 숨은 재미가 많아요. 이곳에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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