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지, 뭘 그렇게까지 해?"라는 질문에 대하여

나를 살린 세 가지 숨구멍: 명상, 글쓰기, 운동화

by 라고머 리지

[작가의 노트] 2021년 어느 겨울, 무기력의 한가운데서 나를 살리기 위해 썼던 일기를 꺼내어 오늘의 언어로 다듬었습니다.



2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를 지켜온 것은 '적당함'이라는 요령이었다. 처음 1~2년은 뜨거웠으나, 어느덧 요령이 열정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시도해보고 싶다가도 과정이 험난해 보이면 백만 가지 이유를 대며 도망쳤다. 나 자신에게 늘 되뇌던 주문은 이것이었다.



대충 살지, 뭘 그렇게까지 해? 그냥 관두자. 난 안 할래.



실패가 두려워 도전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힘들어 보이는 일은 교묘하게 피해 다녔다. 그렇게 안전한 곳으로만 뒷걸음질 치다 보니 어느덧 30대 후반, 무기력증이라는 거대한 벽이 나를 가로막았다. 새로움은 공포가 되었고, 책임은 회피하고 싶은 짐이 되었다.



고백하건대, 한때는 월급을 반으로 줄여도 좋으니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자리로 가고 싶다고 바란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땅을 파고 들어가는 기분으로 살던 어느 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대충 살기엔 인생이 너무나도 길다는 것을.



무너진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나는 아주 작은 성취들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자유형도 못 하던 내가 접영을 배우고, 매일 새벽 명상을 하고, 6년 전부터는 운동화 끈을 묶고 밖으로 나갔다. SNS는커녕 공개적인 곳에 댓글 한 줄 남기지 못하던 내가 블로그에 투박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나의 객관적인 상황은 2017년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 나빠졌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건강은 약해지셨고, 돌봄의 공백은 커졌으며, 회사의 상황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나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상황이 좋지 않아서', '기분이 나빠서', '원래 못하는 거니까'라며 현재를 끊임없이 유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실패한다고 큰일 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계속하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이라는 것을 말이다.



대충 살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그 끝에는 늘 지독한 결핍감이 남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이제 내 안에 숨겨진 능력들을 남김없이 발휘해 보고 싶다.

21년의 마침표를 찍고 예비 창업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서 있는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젊고 뜨겁다.



만약 지금 지독한 무기력에 빠져 퇴사를 고민하거나 삶의 방향을 잃은 분이 있다면, 감히 조언하고 싶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먼저 당신의 '컨디션'부터 정성껏 돌보라고.

명상과 적당한 유산소 운동으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먼저 끌어올린 후에 결정을 내려도 결코 늦지 않다.



바닥을 단단히 딛고 일어선 그 힘이야말로, 다시 시작할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확실한 동력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