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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sha Mar 08. 2020

지역 아카이브

서울기록원 교육후기 (2018115)


서울기록원에서 문헌정보기술의 김화경 연구원님의 지역 아카이브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주로 공공에서 발주한 지역 공동체 아카이브 사업들을 수행하시면서 느끼셨던 한계, 노하우 등을 공유해주셨다. 대상사업은 파주의 공공 DB구축사업, 그리고 부산 산복도로 마을 아카이브 사업이었다.

지역 아카이브의 실체와 개념은 무엇인지 또 지속가능한 동력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1. 공공주도 아카이브와 공동체 아카이브의 ‘지속가능성’의 개념 차이


 우선 공공에서 아카이브를 하고자 하는 목적과 민간의 동학은 다를수 있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아카이브는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시장에서 제공되기 어려운 공공서비스를 공공에서 운영하는 것은 어찌보면 수익성이 없다는 이야기일것이다. 하지만 공공주도의 지역아카이브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은 국가의 공공기록관리에 대한 의지나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맥락일 것이다. 여전히 기록관리를 공문서 위주의 관리 정도로 생각하는 한계, 지방에서 기록물을 총괄할수 있는 조직의 부재는 제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이다.

 사실 위의 사례를 공동체 아카이브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을수 있다. 공동체 아카이브의 정확한 개념은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들이 자신의 기록을 전승하기 위해 만든 자생적인 아카이브이다. 우리나라에는 홍성 풀무공동체, 성미산 마을 공동체 아카이브 정도를 예로 들수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이 서울시의 주요 정책방향이 되면서 마을공동체 아카이브가 동반되어 등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공동체 아카이브와는 거리가 다소 있는 거 같다. 우선 물리적이고 확정적인 공동체가 있다고 볼기도 어려울 뿐더러 사실상 어떤 마을 단위의 교류를 늘려가며 자치력을 높여가는 단계에 있는 느슨한 네트워크 정도로 볼수 있을 것 같다. 공동체가 성숙한 후에 자신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출발한 아카이브와 달리, 이 단계에서의 아카이브는 일종의 마을에 대한 정보, 컨텐츠 등을 홍보하거나 알리는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면 공동체 아카이브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담보할수 있을까? 공동체 아카이브가 엄청 많은 영국에서도 공동체 아카이브의 지속가능성은 논의 주제이다. 공적인 아카이브와 공동체 아카이브가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소유권은 공동체 아카이브가 갖되, 대여나 관리 등을 공적인 아카이브에 위탁하여, 공동체 아카이브에는 그들의 자료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수 있는 계기를, 공적인 아카이브기관에는 보유한 아카이브의 다양성을 확충하는 윈윈 전략을 취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동체 아카이브의 기반이 너무 취약하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왜 공동체 아카이브가 필요한지 이야기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할지도 모르겠다. 시대적 의미에서 본다면 수도권 집중 극복과 지역균형 발전이 당면한 과제이고, 각 지역마다 고유한 강점을 발굴해 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유성, 즉 다른것과 차이나게 하는 것의 핵심은, 시간의 흐름에 있다고 생각되고 미시적인 관점으로 다양하게 움직이는 분자들의 활동에 주목할때 만들어진다고 보여진다. 그런점에서 아카이브로서의 접근이 첫단추가 될수 있다고 보여진다.  


2. 아카이브와 지역활성화의 관계


 아카이브라는 접근이 지역의 고유한 자원들을 발굴할수 있는 시작이 될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로 지역재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아카이브의 존재는, 오히려 전쟁을 예로 들면 병참 기지와 같은 한참 뒷단의 역할을 담당하는 게 아닐까 한다. 구슬목걸이로 치자면 구슬을 모으는 혹은 구슬이 될만한 원석을 모으는 작업인 것이다. 그것 자체가 주는 힘은 대단하기도 하지만, 대중들과 만나기 위해선 2차적인 가공자가 반드시 필요할수도 있다. 아카이브 수집작업 이후에는 브랜딩 전문가나 문화기획자, 예술가들이 더 많이 결합을 해야할수도 있다. 아키비스트는 이러한 역할을 겸해서 가져야 할수도 있다. 아카이브만 만들어놓고 지속가능성을 묻는 것은 병참기지만 만들어놓고 전쟁에서 승리할수 있냐고 묻는 것과 다름 없지 않을까?

좀더 이런 큰 그림을 놓고 그 가운데서 아카이브가 어떤 역할을 할수 있을지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즉 지역재생이나 브랜딩, 활성화를 목표로 놓고 브랜드 전문가, 문화기획자, 예술가들과 더 많은 협업을 생각해야 한다. 좀더 아카이브의 역할을 세분화한다면 대중들에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하기보다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컨텐츠화할수 있는 2차적인 가공자를 서비스의 대상자가 될것이라고 생각된다.

보통 아키비스트가 하는 일이라고 알려진 원자료들보존하는 역할외에, 어떤자료를 수집해야하는지 가치있는자료들을 발굴하는 기획력 및 2차 가공자들(문화기획자 브랜드전문가) 등과 협업하는 능력이 더욱 아키비스트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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