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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입이 아니라 침입

by Aeon Park

침노할 침, 들 입. 침입(侵入)은 '침범하여 들어가거나 들어옴'을 뜻하는 명사이다. 그런데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아이가 '침입'이라고 할 것을 '집입'이라고 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 오래되었는데 들을 때마다 그냥 말을 빠르게 하느라고 발음이 뭉개진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아니다. 침입을 집입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게 맞다.


- 집에 들어오는 거니까 집입 아니야?


그럴 듯하다. 이러다간 더 나아가 진입과도 헷갈리겠다. 진입(進入)은 '나아갈 진, 들 입'을 써서 '향하여 내처 들어감'을 뜻한다. 침입과 집입은 사실 외국인이 언뜻 들으면 발음이 같다고 여길 만하다. 부산이 왜 예전엔 Pusan이었는지, 김포공항도 예전엔 Kimpo였다면서? 강남도 처음엔 Kangnam이었어! 따위의 이야기가 가족 사이에 몇 번 더 오갔다.


아이의 귀여운 말글실수를 모아둔 메모를 열어보았다. 23년 11월 27일 저장. '해골/해고'가 눈에 띈다. 침입을 집입으로 착각했던 것처럼 아이는 작년에 아니 이제 재작년이구나, 2023년 메모였으니까, 비슷한 오해를 한 적이 있었다. 해고가 해골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해고는 무언가 나쁜 것이고 해골도 무서운 것이니까 아 그 둘은 어원이 같다고 생각한 것이 귀여워서 저장해두었던 메모였다.


친형과 친한 형도 있다. 2023년 6월 19일 저장. 친형은 피가 섞였고 친한 형은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말맛이 비슷하니, 아이 생각으로는 친한 형의 줄인 말이 친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2022년 11월 14일 메모에는 모처럼과 못처럼(Like a nail)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아무래도 '모처럼'이라는 말보다는 '못처럼 뾰족하다', 처럼 '못처럼'으로 알아듣기가 쉬웠겠다.


그런데 어쩌나. 이제 시간이 흐르고 흘러 고학년이 되고야 말았다. 이제 실수는 실력이 되어 아무도 귀엽다고 해주지 않을 텐데 이를 어쩌나. 5살 때부터 아침에 눈 뜨자마자 티비를 틀고 잠들기 직전까지 라디오를 듣던 애미는 방송작가가 되었다. 그걸 생각하면 방학에 아침에 눈 뜨자마자 넷플릭스를 보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그것도 영어 자막을 켜 놓고 오디오가 영어인 영화만 보고 있잖아. 그 안에서 뭐라도 배우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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