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카페 사장님이 말했다. (사장님은 동갑이기 때문에 내적 친밀감이 있어서 이 시리즈에서는 '그분이 말씀하셨다'라고까지는 표현하지 않음을 양해 바람) 단골 손님들을 불러 카페 겸 건물주님의 댁에서 저녁에 고기를 구워 먹을까 하는데 작가님도 오시겠냐고. 당연하죠! 여기서 가겠다고 대답할 수 있는 용기를 여러분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연재를 시작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알바는 3시간 밖에 하지 않으니 오후에 끝나고 집에 돌아가 와인 냉장고에 있던 가장 좋은 샴페인? 와인?을 한 병 챙겨서 저녁 모임에 참석했다. 건물주 부부, 건물주 따님(카페 사장님), 건물주 손주(사장님 아들), 한 동네에 사는 단골 4인 가족, 서울에 사는 단골 커플, 그리고 알바생(나)의 가족까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단골이라는 분들을 처음 봤는데 왜냐하면 이 분들은 카페가 열었을 때부터 단골이었지만 나는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기와 술이 들어가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여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을에 생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내 ENFP기질은 여기서 이런 말을 하게 된다.
- 가을 생일자 파티를 우리집에서 합시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여름에 이어 가을에 다시 모였다. 아무리 시골 카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그렇게 잘 모르는 사람집에 올 수 있었을까. 잘 모르는 사람을 초대할 수 있었을까. 취향을 잘 모르는 상대의 생일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도시에서 요즘 핫하다는 케이크를 줄 서서 사 온 단골 손님의 마음도, 단골 손님들이 집에 온다고 멜론에 햄을 끼워 준비한 내 마음도 모두 따뜻했다. 서울에서 오신 분들은 이날 술을 드실 예정이었으니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부탁했는데 거기에 흔쾌히 응해준 것도 다행이었다. 안 그러면 먼저 시골 우리집에서 놀자고 한 게 미안하니까.
무료한 시골 생활에 간단한 알바 가루를 뿌렸을 뿐인데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신기했다. 막판에 반전 따위는 기대하지 않으셔도 좋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단골이시고 여전히 알바이고 아이들은 그 사이에 한 살을 더 먹었고 이모, 삼촌 하면서 모두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지 않아 남들처럼 막역한 조리원 동기는 없어도 나에겐 단골 손님들이 있다고나 할까. 알바인 내가 이렇게 벅차 오르면 사장님들의 마음은 어떨까.
엊그제 단골 손님 중 한 분이 카페를 차렸다고 해서 초대 받아 다녀왔다. 아, 이제 경쟁사인가요, 농담을 하며 커피를 마셔봤는데 커피가 맛있다. 그럼, 어디 단골이신데, 여기 커피도 맛이 있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사장이 아니라 알바인데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거야.) 내가 일하는 시골 카페와 단골 손님의 정원 카페는 서로 오픈 시간이 겹쳐서 이제 손님으로 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대박을 응원해본다.
응원의 사전적 뜻풀이는 '곁에서 성원함. 또는 호응하여 도와줌'인데 우리 사장님도, 단골손님 겸 새 카페 사장님도 모두 응원해요!
다음 이야기는 MBC 방송에 나오게 된 우리 카페 이야기이니까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