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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Oct 10. 2015

행복해지지 않을 자유

우리가 왜 행복해야 하는가?

행복은 오늘날의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 행복은 정의나 도덕처럼 그 자체로 절대선이 아니라 그저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덕목일 뿐이다.



긍정적이어야 행복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긍정적이라는 것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과 거리가 멀다. 진실을 추구한다면 행복으로부터 멀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고민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안 좋게 생각해봐야 좋을 거 없다고. 왜 이리 어리석냐고. 한  번뿐인 삶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행복해지는 게 현명한 걸까. 행복해지는 건 어쩌면 눈 앞의 현실을 왜곡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걸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사물과 현상들은 각자의 고유한 의미를 갖는데,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 멋대로 해석한다.



행복해지는 게 좋은 걸까. 자신이 인위적으로 만든 행복한 세상에서 사는 게 좋은 삶일까. 어쩌면 사람들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아니면 결론이 나지 않아서 그냥 나만 좋으면 되는 거라고 정해버린 것 같다.


행복이란 덕목은 현대 사회에서 유행하기 위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다. 누구나 가능하다, 스트레스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여러 가지 가치와 인간 관계가 충돌하는 데 지친 현대인들은 행복해짐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한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고 싶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인가? 이유는 그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왜 행복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저 시대의 유행을 따르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면 굳이 밝은 색으로 덧칠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우울해도 되고, 슬퍼도 된다. 나쁜 게 아니다. 반드시 다시 행복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행복은 그저 지나가는 여정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이 우주의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떠들어 댄다. 흙은 그저 흙이고, 물은 그저 물이다. 공기는 그저 공기인데, 숨을 쉬는 것마저 감사하다며 아주 행복하려고 안달이 나있다.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좀 징그러울 정도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치부하며, 모든 사물과 현상에서 행복의 단서를 발견하고 자신들만이 그것을 깨달았다며 무슨 신과 소통한 양 호들갑을 떤다.


우리는 행복해지지 않을 자유가 있다. 우리가 우울한 생각을 하고 슬픈 생각을 한다고 해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삶 그 자체다. 오히려 행복은 가끔 가식이나 기만으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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