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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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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Oct 11. 2015

흐름

몸을 맡기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에는 흐름이 있다.


물결은 강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간다.

바람은 공기의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분다.


바다에 도착하거나 기압이 같아져야만 그 흐름은 멈춘다.


움직이는 것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멈춰 있는 공은 계속 멈춰 있다.


멈춘 흐름을 타는 것이다.


자연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다.


자연현상만큼 일정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람의 일에도 흐름이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그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또 아침을 빈둥거리며 시작한 날은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밍기적거린다.


일을 하나 시작하면 지칠 때까지 일한다. 또 놀 때는 놀다가 멈추면 뭔가 몸이 근질거린다. 지칠 때까지 계속 놀아야 한다.


우리의 기분도 마찬가지다.


기분이 좋을 때는 자칫 기분 나쁠 수 있는 일도 좋게 생각하려 한다. 뭘 해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즐겁다. 반대로 기분이 나쁠 때는 나를 향해 웃는 사람도 기분이 나쁘고 가식을 떠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게 다 짜증 난다.


늘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기분이 좋든 나쁘든 현재의 내 감정은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의 결과다.


물결이 아래로 흐르거나 바람이 한 방향으로 부는 것과 같이 우리의 기분도 우주의 작은 조건에 의해 일정한 흐름을 타는 것이다.


움직이는 게 좋은 흐름이고 멈춘 건 나쁜 흐름이라고 할 수 없듯이, 기쁨이라든지 안정이라든지 긍정적인 감정이 꼭 좋은 흐름이라고 할 수도 없고 고민이나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이 반드시 나쁜 흐름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굳이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물결을 거스르는 건 힘이 든다. 우리의 생각은 한 줄기의 거센 물결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지점에 도달하면 그 물결은 저절로 멈추고 다른 방향으로 다시 흘러간다. 그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 물결의 흐름을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흐르는 물결과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방향을 바꾸고 싶다면 물결이 잔잔해지고 바람이 잦아든 후에라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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