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맡기다
물결은 강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간다.
바람은 공기의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분다.
바다에 도착하거나 기압이 같아져야만 그 흐름은 멈춘다.
멈춰 있는 공은 계속 멈춰 있다.
멈춘 흐름을 타는 것이다.
자연현상만큼 일정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람의 일에도 흐름이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그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또 아침을 빈둥거리며 시작한 날은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밍기적거린다.
일을 하나 시작하면 지칠 때까지 일한다. 또 놀 때는 놀다가 멈추면 뭔가 몸이 근질거린다. 지칠 때까지 계속 놀아야 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자칫 기분 나쁠 수 있는 일도 좋게 생각하려 한다. 뭘 해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즐겁다. 반대로 기분이 나쁠 때는 나를 향해 웃는 사람도 기분이 나쁘고 가식을 떠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게 다 짜증 난다.
기분이 좋든 나쁘든 현재의 내 감정은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의 결과다.
물결이 아래로 흐르거나 바람이 한 방향으로 부는 것과 같이 우리의 기분도 우주의 작은 조건에 의해 일정한 흐름을 타는 것이다.
움직이는 게 좋은 흐름이고 멈춘 건 나쁜 흐름이라고 할 수 없듯이, 기쁨이라든지 안정이라든지 긍정적인 감정이 꼭 좋은 흐름이라고 할 수도 없고 고민이나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이 반드시 나쁜 흐름이라고 할 수도 없다.
물결을 거스르는 건 힘이 든다. 우리의 생각은 한 줄기의 거센 물결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지점에 도달하면 그 물결은 저절로 멈추고 다른 방향으로 다시 흘러간다. 그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 물결의 흐름을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흐르는 물결과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방향을 바꾸고 싶다면 물결이 잔잔해지고 바람이 잦아든 후에라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