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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Oct 14. 2015

우리는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끄덕끄덕


우리는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우리는 특정한 사람들을 미워하고 욕을 한다.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은 내면의 본질을 볼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며 깎아내린다. 또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며 늘 꾀를 부리는 사람은 성실하지 못하다며 꾸짖는다.



애초에 그런 판단이 합당한 걸까? 외모로 판단하는 건 자신이 바라본 타인의 내면은 처음부터 비객관적임을 깨달은 결과일 수는 없을까. 또 노력과 시간이라는 자원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최대한의 효용을 낳으려는 효율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볼 순 없을까.


타인의 행동에 대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스스로 당당하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해석이 가능해진다. 타인의 내면을 통찰했다고 착각하며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이끌어 내는 우리의 행동 양식도 어떻게 보면 잔머리를 굴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비난한 그대로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직접 그 사람이 되어 보지 않고서야.



우리가 못나다고 생각한 사람이 사실 못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성장 과정을 겪었더라면 전혀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개인의 행동은 스스로가 살아온 삶의 결과다. 혼자만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문제들이 우리들의 삶에는 많다.


어릴 적에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을 잘 안 믿는 사람이 있다. 단 한번도 교우관계에 문제가 없었던 사람에게는 이 사람이 타인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비난할 자격이 없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야 자신은 그와 다르게 행동할 거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적다.


스스로가 당면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 어려움에 처하지 않은 사람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잘 해내는 사람은 드물다. 보통은 자신의 열악한 환경을 원망하고, 탓하고, 결국은 좌절하거나 늘 시달린다. 어쩌면 모든 역경을 견디고 이겨낸 사람에게만 인생의 고난에 굴복한 사람들에게 비난을 할 자격이 주어지는 걸지도 모른다(물론 비난하지 않겠지만).



자신이 하나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쁘다고 여기는 습관이나 행동거지를 가지고 있다면, 타인의 잘못된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 아닐까. 타인의 잘못을 욕하기보다 그 그릇된 행동의 연유를 찾고 그 사람을 이해해주는 게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비난 대신 이해와 위로를 퍼붓자.



옳지 못한 상대에게,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마구 가하던 채찍질을 이젠 거두어도 된다. 비난할 만한 사람에게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해해주자. 물론 그의 행동은 잘못된 거지만, 욕하기보다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는 게 악행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것은 결함 가득한 스스로에게로의 위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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