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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Nov 08. 2015

미인의 딜레마

미인: 아름다운 사람. 주로 얼굴이나 몸매 따위가 아름다운 여자를 이른다.


사전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우리는 몸매보다는 얼굴이 예쁘면 미인이라고 말한다. 몸매는 얼굴을 본 다음에 살펴 보는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다. 흔히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달걀 얼굴형에 피부가 매끈하고 하야면 예쁘다고 여겨진다. 물리적으로만 본다면 얼굴이 예쁘다는 건 단순히 적당한 모양의 얼굴뼈에 하얀 피부가 달라붙은 것뿐인데 그 용모를 눈 앞에서 본다면 그런 의미 이상을 느끼게 된다. 선뜻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을 미인에게는 홀리듯 들어준 경험이 적어도 한두 번씩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미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원시시대에는 다산을 중시했기 때문에 엉덩이와 가슴뿐만 아니라 살집이 풍만한 여성상이 최고라 여겨졌다면, 현대에는 전체적인 몸매는 슬림하면서 엉덩이와 가슴은 적당히 튀어나와 소위 S라인을 이루는 몸을 최고로 꼽는다. 지역에 따라서도 그 기준은 달라져 예전 중국에서는 발이 작은 여성을 아름답다고 하여 어릴 때부터 발이 크지 않도록 작은 신발을 신기기도 하였다. 어떤 기준들은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 사회에서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건 큰 축복이다.


역사적으로 미인은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평가받고는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클레오파트라이다. 클레오파트라는 고대 이집트의 여왕으로, 카이사르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모두와 정을 맺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한다. 파스칼의 정리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나로서는 무엇인지 모르는 것, 그 하찮은 것이 모든 땅덩어리를, 황후들을, 모든 군대를, 온 세계를 흔들어 움직이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 그것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도 변했을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움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예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어떤 일을 하든지 기본적으로 미모라는 장점이 도움이 된다. 부유한 남자를 만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아내가 될 수도 있고, 직업적으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미디어에서는 '비주얼'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나운서로 채용되거나 아이돌 가수로 스카우트될 확률이 평범한 사람보다 높다. 특별히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노력한 사람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제공받는 만큼 미인은 질투와 시기도 한 몸에 받는다. 분명 아름다움은 죄가 아니다. 그렇지만 삶은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거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은 좋은 직업, 좋은 환경, 그리고 좋은 이성까지 탐나는 것이라면 모조리 미리 차지하는 미인이 상당히 아니꼽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곳이 없어서 미인을 뒷담화하거나 깎아내린다. 미인이 실제 그런지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상처 받은 자신의 마음을 달래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를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끌어내린다.


비난을 피하고 싶지만 미인은 그렇다고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행복들을 스스로 포기할 수는 없다. 물론 미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현재 직업을 수행하기 위한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며 미모가 어쩌면 그 직업의 의무와 역할을 다하는 데 가장 필요한 조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는 상대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고 좋은 이성을 얻었다고 해서 사랑이라는 분야에서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인은 평범한 사람만큼이나 힘든 삶을 살아야 할 운명인 것 같다. 예쁘다는 이유로 자신이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삶의 정당성을 의심 받는다. 일반 사람이라면 칭찬 받을 일이 비난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남자들에게 친절하면 꼬리치는 여우라는 꼬리표가 붙고, 반대로 무뚝뚝하게 대하면 예쁜 건 알아서 도도하다는 말을 듣는다. 너무 예쁘면 가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열등감이 들게 해 어떤 사람들은 미인에게 다소 공격적인 말을 퍼붓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격한 표현을 내뱉는 걸지도 모른다.


화려한 꽃에는 꿀벌들이 무수하게 달라붙는다. 미인이 달라붙는 남자들을 하나 하나 의미를 부여하며 떨쳐내기는 정신적으로 불가능하다. 미인이 남자에게 차갑고 도도한 것은 꼬이는 벌들을 처음부터 차단해 남자들에게 신경 쓸 일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자기방어 수단이다. 모든 남자에게 친절하다면 소위 어장 관리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는 남자들이 많아지는 건 여자로서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한 명에게 몰리지 않고 짝이 다양하게 지어져야 하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미인은 친절하면 안 된다.


우리는 미인이라면 대체적으로 가지는 부정적인 성격이나 행동 양상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얼굴이 예쁘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다.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 하나가 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은 후엔 공부나 자기 계발을 하려는 동기가 생기기 어렵다. 굳이 애를 쓰지 않더라도 원하는 남자를 사귀고, 뭇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을 수 있는데 힘들게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인들 중에는 미용과 남자를 제외하고는 관심있는 것이 없는 사람이 많다. 웃긴 건 그렇게 '예쁘기만 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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