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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Nov 01. 2015

우상이 필요해

사람들은 누구나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이 가장 최고라 여기는 사람이 한 명쯤 있다.

외모적으로든 인성에 있어서든, 혹은 모든 것을 통틀어서든 말이다. 그 대상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연예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대단하다고, 또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우리의 기대에 부합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렇게 보일' 뿐 그 대상은 사실 우리의 생각에 한참 못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한 사람이 실망스러운 언행을 할 때는 몇 번이고 눈감아주고, 그 사람이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대로의 사람이라는 것에 모든 사실을 끼워맞춘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가 훌륭해서 그를 존경하는 게 아니라, 인생의 롤모델이 될 누군가가 필요해서 그를 훌륭하다고 치켜세우는 건지도 모른다. 연인의 관계에서는 우상의 지위가 위태로운 편이다. 사랑하는 상대가 실수를 자꾸 반복하게 되면 그 둘 사이에 균열이 하나둘 생기게 되고 결국 이별을 맞게 된다. 하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나, 유명인을 존경하는 경우에는 우상의 지위가 절대적이다.


먼저 자식이 부모를 우러러 볼 때는 부모가 가끔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막상 부정적인 마음을 품기는 어렵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이전에 자식에게 부모는 넘을 수 없는 동시에 넘어선 안 되는 존재이고, 적어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보호 아래 있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오래도록 부모의 영향권 아래 있는 동안, 부모에게서 보호와 지원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부모가 항상 옳다고 믿는 것은 그들의 명령을 따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유명인을 동경하는 경우에도 개인의 우상은 그 위상  잃지 않는다. 

관계자가 아닌 이상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얻는 정보는 대부분 직접 듣거나 본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가공된 정보로, 그 정보는 객관적이지 못하다. 일반인에게는 유명인의 잘잘못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조차 마련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유명인을 우상으로 삼을 때, 큰 스캔들이 나지 않는 한 그 우상은 우상으로서의 자격이 박탈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실을 외면하고 어쩔 땐 왜곡하면서까지 자신이 만들어 낸 우상을 지키려하는 행위를 비난할 수는 없다. 

물론 누군가에 대한 존경이 때로 자기기만적이고 가끔 남들까지 속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방향이 필요하다. 그 방향이 돼주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상이다. 우리는 어느 성공한 농구선수가 마이클 조던을 우상으로 삼고 꿈을 이뤘다는 인터뷰와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 봤다. 사실 우리가 꿈꾸는 우상은, 우리가 되고 싶은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무엇인가다. 그 무엇인가를 향해 오래 달리다 보면 언젠가, 우상이었던 누군가를 이미 뛰어넘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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