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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Oct 22. 2015

사람 참 됐어

예의의 본질

아유, 쟤는 사람 참 됐어.


보통 나이 든 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예의 바르다고 평가하며 하는 말이다. 나이에 맞지 않게 늘 상식과 도리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은 된 사람으로 추켜올려진다. 그런데 그게 과연 이치에 맞는 평가일까? 논어에서 공자와 자로는 된 사람(成人 :성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된 사람(成人 : 才德을 겸비한 인물)이란 무엇입니까?"
"장문중의 지혜, 공작의 청렴함, 변장자의 용기, 염구의 재주를 갖춘 다음, 예악(禮樂)으로써 단장한다면 또한 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의 된 사람은 하필 그럴 필요 있겠습니까? (1) 이익을 대하고는 의리를 생각하고(見利思義), (2) 위험에 처해서는 목숨을 바치고(見危授命), (3) 오래도록 평생의 다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면(久要不忘平生之言), 또한 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14-12)

[공자 『논어』(해제) 중/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논어에서 옛 현인들의 말씀을 오롯이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된 사람에 대한 정의를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된 사람은 무릇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도덕적 신념을 굳게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 신념이 꾸준한 자아성찰과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로 그 정당성이 확보되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맞담배

그렇다면 우리가 '되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된 사람일까? 내 대답은 '아니오'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계신 노인분들을 보고 나서서 자리를 양보해주거나, '맞담배'를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어른들을 피해 담배를 피우거나 하는 건 비단 자신의 도덕적 신념에서 기인했다고만은 볼 수 없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나 불량한 평가들을 의식한 수동적인 행위인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된 사람이라기보다는 남의 시선에 예민한 사람이라고 말해야 한다.


만약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한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그 마음이 얼마나 타당한지도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예의 바른 행동의 이유를 물어보면 그렇게 하는 게 옳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것이 왜 옳은지 되물으면 이유는 없고 그저 옳기 때문에 옳다고 대답한다. 아마 '이유는 묻지 말고 혼나지 않기 위해서 말을 들어야 하는' 우리나라 가정교육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유 없는 행동은 행위로서의 가치가 없다. 왜 하는지도 모른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회초리

나는 많은 사람들이 '된 사람'으로 평가받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만 신경 쓰느라 정작 '된 사람'의 본질에서는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찾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대신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밉보이지 않을까만 궁리한다. 실제로 '되지' 않았는데 '된' 평가를 받는 것보다는 남들이 때로는  손가락질하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반드시 그 행동의 이유를 수반하고, 매일 성찰하면서 말이다. 비록 가끔은 자신의 생각이 틀릴 때도 있겠지만, 늘 변하는 남들의 눈에 따르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된 사람'에 더 가까워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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