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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Mar 05. 2016

요즘

나는 요즘 불과 두 달 전까지 방에서 박혀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나와는 조금 다른, 많이 다르다고는 할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일단, 노래 학원에 등록했다. 아직 알바는 구하지 못해서 - 아니 솔직히 말하면 선뜻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 용기가 안 나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지 않아서 - 학원 한 달 치, 그리고 두 달 치까지는 부모님이 우선 대신 내주셨다. 나중에 갚으라는, 진심 반 빈말 반.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지하철 타고 학원 가서 연습실서 서너 시간 연습하고. 주 1회 수업 받고. 보컬 선생님이 나에 대해 자주 말씀하시는 건, 내가 노래할 때 나쁜 버릇이 없어서 좋다는 이야기. 발성적으로 매우 부족하긴 하지만 느낌은 좋다는 이야기.


선생님이 화성학도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혼자 책 사서 공부도 하고 있다. 아직 초읽기 수준이라 그런지 몰라도 경영학 공부할 때보다는 재미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목표가 뚜렷하니까. '작곡'. 내용 하나 하나가 내가 언젠가 만들 나의 곡을 더 풍요롭게 할 테니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중학교 때 이후로는 거의 손 대본 적 없는 피아노도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하농. 열 살 때인가 피아노 학원 다닐 때 연습했던 책. 손가락은 더듬거리며 한 음 한 음의 감각을 몸에 새긴다.


음악적인 활동에 내가 몰두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겁 나는 게 사실이다. 만약 내 모든 신경을 음악에 집중시켰을 때, 공부에 그랬던 것처럼 내 길이 아니란 것을 돌연 깨닫게 되면 어쩌나. 또 진심으로 내가 음악을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고 나서라도, 과연 그 확신이 내 삶의 질을 얼마나 보장해줄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때문에 음악에 푹 빠져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 고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음악은 천천히 내 안에 스며들겠지. 조급함은 일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아, 운동도 가끔씩 하고 있다. 3개월 다니기로 했고,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정도. 헬스 클럽에 있는 시간의 반 이상은 러닝머신 위에서 보낸다. 일주일에 두 번은 가야 될 텐데. 돈 내준 엄마 눈치가 보여서라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 앞으로의 이상적인 변화 양상이라면 - 내가 기대하든 가족이 기대하든 - i)알바를 구해 내가 직접 학원비를 충당하고, 더 활력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 ii)멍 때리는 시간을 줄이고, 빈 시간들을 자기 계발하는 시간으로 메꿀 것 iii)운동을 자주 해서 신체적인 산뜻함을 유지할 것 등이 있겠다. 뭐, 여전히 서두르지 않고서. 굳이 노력할 게 있다면, 앞으로는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삶을 살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일 정도.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바라는 건, 나 자신이 오롯이 하나에만 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경험으로서 기억해내기.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더 멋진 사람이 되려고 늘 고민하던 내가, 여전히 지금의 내 안에도 살아있다는 사실을 뼈가 저리도록 느끼는 것. 그리고 자신감을 얻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심취해서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 어쨌든 가장 가슴에 두는 한 가지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마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너무 많은 실패는 무기력으로 이어지니까. 당분간은 실패를 피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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