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상황에 따라 가끔은 커피를 피해야할 때도 있다. 이럴 땐 과일 주스가 좋은 대안책이 되어준다. 과일 주스는 어떤 과일이든, 언제 마시든 항상 좋지만 그 중에서도 수박을 갈아만든 수박 주스는 여름에 참 잘 어울린다.
여름의 계절감을 한껏 품은 과일 중 제일은 수박이건만 솔직히 난 수박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입 천장을 긁는 듯한 까실한 식감도 별로고 잘못 고르면 오이 씻은 물 같은 맛이 나는 것도 싫다. 이 와중에 웃긴 것은 내가 오이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다고 수박에 설탕을 찍어먹자니 너무 어린애 같은 행동이라 자존심이 상한다. 수박을 주스로 먹으면 이런 부분들은 많이 해결이 된다. 까실한 식감도 사라지고 설탕을 첨가하는 일에도 죄책감이 덜 든다.
그러면서도 선뜻 수박을 갈아 먹을 생각 자체를 하지는 못했었는데, 그건 ‘수박 주스’라는 개념 자체가 내 머릿 속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내가 수박 주스를 처음으로 맛본 것은 태국에서였다.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 ‘땡모반’이라는 이름조차 깜찍하게 느껴지는 세상 시원달콤한 그 맛!
내 기준에서 수박 주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전부리는 바나나 로띠. 태국의 대표 간식 로띠는 방콕의 야시장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메뉴이지만 나는 로띠를 치앙마이에서, 무려 로띠 전문점에서야 처음 만났다. 단쓴도 아니고 단짠도 아닌, 무려 단단의 조합임에도 수박 주스와 함께하는 로띠는 진정한 여름 밤의 맛.
누군가는 여름 밤의 맛은 시원한 캔 맥주 한 모금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땀에 젖은 몸을 씻어내며 하루 일과를 마치고 빳빳한 침대보 위에 앉아서 마시는 캔 맥주의 맛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태국은 무려 주류 판매가 금지되는 시간대가 있어 미리 준비해두지 않고서는 아무때나 캔 맥주를 마실 수도 없는 나라다. 태국의 주류 판매 허용 시간은 11시부터 14시까지, 그리고 17시부터 24시. 그 외 시간대에는 pos에 입력 자체가 불가하다. 도대체 왜?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아래와 같이 내 식대로 해석했다.
- 아침에는 금주. 해장술 불가
- 낮술은 가능하지만 부모도 못알아볼 정도의 낮술과 낮의 술자리가 그대로 저녁까지 이어지는 것은 금지
- 야밤의 과도한 음주 금지
묘하게 건전한 나라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까? 아무튼 이것저것 따지는 것은 골 아픈 일이다. 그냥 밤에는 수박 주스를 마시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