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경
북경 출장에서 귀국하는 길에 월병과 에그롤을 샀다.
월병(月饼)은 제사 음식이자 중국의 중추절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니 한국의 송편과 비슷한 위치일 것이다. 월병은 밀가루 반죽 안에 소를 넣은 뒤, 화려하고 정교한 무늬의 틀에 넣어 모양을 잡아 구워내는 보름달 모양의 과자이다. 틀의 모양에 따라 무늬는 제각각이지만 화려한 것들은 입을 대기가 미안할만큼 예쁘다.
중국을 대표하는 과자로 꼽히는만큼 월병은 상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선녀와 비슷한 느낌의 여자가 그려진 상자들이 간혹 있는데 이는 '항아'일 가능성이 크다. 승천해 신선이 되는 묘약을 먹고 하늘로 올라간 항아가 달의 신이 되었고, 훗날 사람들은 항아를 기리기 위해 중추절이 되면 월병을 만들어 바치며 보름달을 바라본다는 이야기가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북경 공항에서 업어온 월병에 팥앙금이 들어있었다면 예상가능한 맛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다진 견과류와 건 과일이 들어있어 다소 생소한 느낌이었다. 파사삭하고 오독오독하는 느낌이 아니라 뻑뻑하다 싶을 만큼 꾸덕한 느낌. 그와 동시에 피도 소도 강한 맛을 내지 않아 약간 심심한 감도 있어 커피보다는 차와 궁합이 잘 맞는다.
월병이 쫀쫀하고 꾸덕하다면 에그롤은 끝내주게 바삭하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여 공항에서 집까지 가져오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가루가 되어버릴 수 있는 예민한 존재. 접시를 받치지 않고 먹었다가는 반드시 후회를 안겨줄 부스러기 폭탄. 특유의 고소한 맛도 진한 편이라 이 쪽에는 차보다 커피가 더 좋다.
하지만 요즘의 월병과 에그롤은 순수한 과자로만 즐기기에는 너무 많은 의미를 품게 됐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며 홍콩에는 정부와 경찰을 비꼬는 문구나 시위에 참여하는 홍콩인들을 응원하는 내용을 새긴 월병이 등장했고 그에 반대하는 쪽은 중국 본토 출신이나 홍콩 시위를 반대하는 이들이 운영하는 빵집의 에그롤을 사먹는 것으로 맞대응을 하고 있다. 일명 ‘먹기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과거 중국이 징기스칸의 지배를 받던 시절, 한족들은 월병 안에 메세지를 넣어 비밀스럽게 봉기를 계획하고 관련된 내용들을 공유했다고 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홍콩인들은 과거 중국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월병으로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월병은 한번 더 승리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달은, 항아는 과연 누구의 편일까.
※ 감자는 둘 중에 월병을 더 좋아하는 느낌적 느낌. 월병에 자꾸 달겨들어 애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