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부스러기들

by 헤이란

부스러기들을 좋아한다.

부스럭부스럭. 빵부스러기, 시리얼부스러기, 과자부스러기.

빵부스러기를 떨어뜨려 왔던 길을 되돌아 간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부스러기는 그날의 자취이자 나의 흔적이다. 부스러기를 보면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그 무엇을 먹는 내내 머문 장소와 생각들, 어떤 표정으로 그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식사를 마친 자리에 부스러기가 남아있으면 엄마는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저렇게 흘린다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접시에 다시 음식을 담아준다. 부스러기 제공자는 엄마였다!) 철이 들기 전에 엄마가 되었다. 빵을 가득 쌓아 놓고 떠들며 먹고 나면 빵은 모두 사라지고 어느새 식탁 밑에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앉았던 자리와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부스러기들이 쌓여 있다. 열심히 줍고 닦고 나면 비로소 식사가 끝난다. 다음 부스러기들을 위한 깨끗한 준비도 마쳤다.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엄마의 표현을 빌리면 '칠칠맞은 구석'은 있지만 먹은 걸 숨기지 못하는 사람은 대체로 정직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잘 통할 리 없지 않은가) 또한 흔적은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하게 만든다. 오예스 보다는 초코파이를 좋아하는구나. 식빵을 바삭하게 구워 먹는구나. 가끔 레모나 파우더를 먹는구나. 제티 딸기맛을 좋아하는구나. 취향을 짐작하며 흔적을 구멍 삼아 그의 세계를 엿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하고, 일상의 부산물치곤 너무도 보잘것없고 소박하여 모른 척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조금 이른 출근을 한 날이면 식빵을 굽는다. 토스트기 앞에 보일락 말락 떨어진 부스러기를 보며, 일찍부터 다녀간 누구의 아침을 상상한다. 오늘은 또 얼마나 바스락바스락 분주한 하루를 보낼지. 식빵이 노릇노릇 잘 구워졌다. 자, 이제 제대로 부스러기를 남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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