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K
집 앞 길을 열 걸음이면 앞 집
앞 집 옆구리 서른 걸음이면 힐링 가든
바로 앞에 버들벚나무까지 열 걸음
행복은 사십 걸음
힐링은 오십 걸음
힐링 가든 도랑에 걸터앉아
담배 피우는 할머니 한 분.
할머니의 그냥 뭐를 심느냐고 물음에
말을 트게 되었다
사람의 소통은 그런 거다
옮겨 심으려 캐서 담아 놓은 제비꽃을 보고
이 밥 나물이라 하신다
그리고 부탁을 하나 하신다
내 접이식 의자 하나를.
쇠 의자라 엉치뼈에
한기가 들어가면 안 되니
골판지를 깔아 드렸다
오가는 인정은 그런 거다
최근에 이사 오셨단다
공원 접한 집 이층에 혼자 사신단다
막내아들이 집을 얻어줘서.
아이들이 엄마라면 꺼벅 죽는단다
젊어서 남편이 고생시켜서.
사는 게 다 그런 거다.
이 밥 나물을 검색하니
이밥초가 나오는데 제비꽃은 아니었다.
할머니에게 뭔가 착오가 있었지 싶다.
이밥초는 고도 1000미터 이상에서만 사는데
된장국에 넣으면 그렇게 맛있다네...
이렇게 해서 또 하나를 알고 넘어간다.
개복숭아 잘도 영글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