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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13. 2020

사십 걸음의 행복

어느 화가의 밥상 K





집 앞 길을 열 걸음이면 앞 집

앞 집 옆구리 서른 걸음이면 힐링 가든

바로 앞에 버들벚나무까지 열 걸음

행복은 사십 걸음

힐링은 오십 걸음




힐링 가든 도랑에 걸터앉아

담배 피우는 할머니 한 분.

할머니의 그냥 뭐를 심느냐고 물음에

말을 트게 되었다

사람의 소통은 그런 거다


옮겨 심으려 캐서 담아 놓은 제비꽃을 보고

이 밥 나물이라 하신다

그리고 부탁을 하나 하신다

내 접이식 의자 하나를.

쇠 의자라 엉치뼈에 

한기가 들어가면 안 되니

골판지를 깔아 드렸다

오가는 인정은 그런 거다


최근에 이사 오셨단다

공원 접한 집 이층에 혼자 사신단다

막내아들이 집을 얻어줘서.

아이들이 엄마라면 꺼벅 죽는단다

젊어서 남편이 고생시켜서.

사는 게 다 그런 거다.




이 밥 나물을 검색하니 

이밥초가 나오는데 제비꽃은 아니었다.

할머니에게 뭔가 착오가 있었지 싶다.

이밥초는 고도 1000미터 이상에서만 사는데

된장국에 넣으면 그렇게 맛있다네...

이렇게 해서 또 하나를 알고 넘어간다.




개복숭아 잘도 영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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