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는
꽃 박사로 불리는 초등 동창이 있다.
내 글 타이틀이 화가의 밥상이지만
감수성에 관한 모든 얘기가 밥상에 오른다.
이번 내 개인전이 있었던 같은 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같은 인사동에서 전시를 오픈했다.
본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흑백 그림만 그리는 작가였다.
작년부터 컬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때가 광명 그룹전에 나와 같이 참여한
시점부터이지 싶다.
흑백 그림도 톤과 터치의 표현 감각이
뛰어난 작가지만
이번 그의 개인전으로
컬러도 잘 쓴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의 그림 제목은 항상 '명제 형식'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그 딱딱한 명제 형식의 정체를
대강 파악하게 되었다.
애매모호한 것들을 명제로 규정함으로써
그 너머에 자유를 그리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 듯하다.
그의 그림의 큰 특징은 그래서 자유고
그 자유는 존재하는 것들에
명제 형식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딛고 나온 자유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비전이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임에
의심할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