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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21. 2020

개성 토속 음식  
왁자지

어느 화가의 밥상 / 개성 음식 페스티발 4






누가 왁자지를 아시나요?



이름이 흉측한 듯 재미있는

개성 음식이 있다.

외할머니가 자주 우리 집에 오셨는데

가끔 별식으로 해주시던

개성 시골 음식이다.

무와 간장과 멸치

그리고 고춧가루가 단출하게 들어간

무조림인 왁자지.


이름의 뜻을 생각해 보건대

왁 대충 세모나게 막 른 무우.

그래서 줄여 왁자지가 되었다 본다.




물을 무가 잠기게끔 붓고 조려

국물이 얼마 없도록 조린다.

그래야 진하게 무에 간이 밴다.

외할머니는 늘 들통을 사용하셨는데

식구가 많으니 없어지는 것은 금세 였다.




왁자지의 특징적인 맛은

멸치 내를 함유한 간장이

무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것이고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뒷맛을 다셔준다는 것이다.

식감은 물론 오래 조렸기에

무가 전체적으로 물컹하다.

그러나 왁왁 썰었기에

세모난 입체형의 무 덩어리가

끝부분과 안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으로 들어가면

서걱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때 조심해야 한다.

뜨거워 입을 딜 수 있다.

앗! 뜨거.

안은 두툼해

열기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김이 그야말로 모락모락 나는

그 바로 막 한 왁자지를 생각만 해도

갓 한 왁자지를 덜어 내어 주시던

외할머니의 미소 어린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평소에 잘 안 웃으시던 분이라 특히나.


난 왁자지의 맛이나 형태로 보아

개성 음식 중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서민 음식으로 생각된다.

개성 친척들 중에도

왁자지 아는 사람 본 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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