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토속 음식
왁자지
어느 화가의 밥상 / 개성 음식 페스티발 4
누가 왁자지를 아시나요?
이름이 흉측한 듯 재미있는
개성 음식이 있다.
외할머니가 자주 우리 집에 오셨는데
가끔 별식으로 해주시던
개성 시골 음식이다.
무와 간장과 멸치
그리고 고춧가루가 단출하게 들어간
무조림인 왁자지.
이름의 뜻을 생각해 보건대
왁왁 대충 세모나게 막 자른 무우지.
그래서 줄여 왁자지가 되었다 본다.
물을 무가 잠기게끔 붓고 조려
국물이 얼마 없도록 조린다.
그래야 진하게 무에 간이 밴다.
외할머니는 늘 들통을 사용하셨는데
식구가 많으니 없어지는 것은 금세 였다.
왁자지의 특징적인 맛은
멸치 내를 함유한 간장이
무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것이고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뒷맛을 다셔준다는 것이다.
식감은 물론 오래 조렸기에
무가 전체적으로 물컹하다.
그러나 왁왁 썰었기에
세모난 입체형의 무 덩어리가
끝부분과 안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으로 들어가면
서걱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때 조심해야 한다.
뜨거워 입을 딜 수 있다.
앗! 뜨거.
안은 두툼해
열기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김이 그야말로 모락모락 나는
그 바로 막 한 왁자지를 생각만 해도
갓 한 왁자지를 덜어 내어 주시던
외할머니의 미소 어린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평소에 잘 안 웃으시던 분이라 특히나.
난 왁자지의 맛이나 형태로 보아
개성 음식 중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서민 음식으로 생각된다.
개성 친척들 중에도
왁자지 아는 사람 본 적이 없으니.